컨텐츠 바로가기

09.11 (수)

[단독] “출장비 20% 절감” LG전자, 최대실적에도 비상경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본사 조직·HE사업본부 등 긴축

접대비 등 항목 지출 제한키로

내수부진 속 운임 등 비용 상승

2분기 호실적 불구 하반기 난망

최근 세 분기 영업익률도 진폭 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전자(066570)가 출장비 예산을 전년 대비 20% 감축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 1조 2000억 원 등의 실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사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본업인 가전 부문에서 글로벌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도 고민거리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7월 말부터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착수했다. 사업부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출장비·접대비·회의비 등 비용을 기존 예산의 80%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LG전자 TV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출장 허가가 까다로워지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비용 지출을 보류하면서 고객·협력사와의 미팅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LG전자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LG전자는 2분기 매출 21조 6944억 원, 영업이익 1조 1962억 원을 기록하면서 2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하반기 들어 경영 환경이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거시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을 이유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5%로 0.1%포인트 낮췄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하면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해상운임 등 각종 비용도 줄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꺾이면 해상운임 비용이 낮아져야 하지만 지정학적 요인이 운임을 밀어올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전 업계는 올 하반기 해상운임 컨테이너 비용이 상반기 대비 5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수요 회복은 제한적인데 경쟁은 점점 격화해 마케팅비 지출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신흥 시장 중심으로 안정적인 환율 유지와 산유국 소비 여력 개선이 있었으나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매크로 관점의 수요 견인 요소가 기존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 각종 비용 상승이 예상돼 경영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외형 성장은 지속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의 진폭이 제법 크다는 것 또한 고민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2분기 매출 모두 기존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왔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1%대에서 6%대를 사이를 오르내렸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이 5%대를 나타냈는데 비용 압박이 큰 하반기에도 이러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비용 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춤하는 TV 사업 역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10년 내 최저였을 정도로 TV 사업은 침체에 빠져 있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 유로 2024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포진한 올해를 회복 모멘텀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보고서에서 “중국 618 페스티벌에서의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유럽의 스포츠 프로모션 기간 동안 TV 판매 실적이 긍정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여타 사업본부들도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태다. TV 등을 제외한 일반 가전은 고급 시장을 노려 꾸준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전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흐름 속에 자칫 발을 헛디디면 언제든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 또한 감지된다. 전장 부문에서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통신 모듈, 헤드라이트 등을 내세운 사업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향후 ‘전기차 캐즘’ 지속 양상이 잠재 성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