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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만나도 고민, 안 만나도 고민…영수회담 두고 고심깊은 용산[통실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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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무입장이 입장…의제 조율 없어"

野 전대 이후에야 정식 검토 이뤄질 듯

영수회담 거절 땐 '불통프레임' 고민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여야 영수회담 제안에 대통령실이 딜레마에 빠졌다. 영수회담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영수회담을 단칼에 거절해 대통령실이 ‘불통 프레임’에 빠지는 건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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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영수회담 당시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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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7일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이후 “입장이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무입장이 입장’이라는 게 대통령실 메시지다. “사실상 관련 의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박 대표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혀 조율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대 흥행카드로 ‘영수회담’ 제안?

반면 민주당은 18일 자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새 당 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와 윤 대통령 간 회담을 열기 바라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고 싶다”며 “지금 상황이 너무 엄혹하고, 특히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이를 어떻게 타개할지, 꽉 막힌 대결 정국을 어떻게 해결할지 만나서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의 회담 제안 시점만 해도 그렇다. 전날에야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데다가 민주당 새 대표가 뽑히기까진 일주일 넘게 남았다. 전대가 끝나고 민주당 새 대표가 공식적으로 회담을 제안한 후에야 윤 대통령에게 정식 보고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대통령실 분위기다. 여권에선 전대 열기가 미지근한 상태에서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 영수회담을 지렛대로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李대표 만났다고 하루아침에 협치 안돼”

회담 실익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에선 회의적이다. 올 4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간 회담을 준비할 때도 양쪽 실무진은 의제 조율을 두고 좀처럼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사전에 준비된 의제 없이 만났지만 합의문 없이 헤어져야 했다.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 말했다는 불만이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 이번에도 영수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개헌, 연금 개혁 문제 등을 두고 여야는 줄 다리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은 5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고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확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끈기, 인내, 서로에 대한 어떤 진정성, 신뢰, 대화, 성의, 이런 것들을 먹고 사는 게 협치가 아닌가 생각하고, 서로가 국민을 위한 이런 협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 또 절대 이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영수회담 제안을 단칼에 잘라버리기도 어려운 게 대통령실 고민이다. 자칫 야당의 ‘불통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영수회담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통령실이 여야 대표 회담이 우선이라며 영수회담을 사양하자 야당에선 불통·독선이라고 윤 대통령을 공격해왔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신민당 총재 간 영수회담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영수회담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한 해 전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계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사망한 부인 육영수 여사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후 신민당은 대여 투쟁 강도를 이전보다 낮췄다. 김대중 대통령은 카운터파트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재임 중 7번이나 영수회담을 열고 회담을 정례화하기도 했으나 2001년 논쟁 끝에 이 총재가 회담장을 중도에 뛰쳐나오면서 두 사람 간 영수회담은 다시 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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