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입 유발 가능성 부담…"지난 4월보다 큰 규모 공격은 아닐듯" 관측도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된 전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왼쪽)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가 숨진 지난달 30일 베이루트 공습, 그리고 몇시간 후 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 나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중동 '저항의 축' 중심인 이란과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안방에서 벌어진 두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여러 차례 '피의 보복'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란과 헤즈볼라는 열흘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보복을 결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이 원치 않는 전면전을 피하면서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응징할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의 장기 제재로 파탄 난 경제 상황 속에 최근 새 정권이 출범한 이란 입장에서 자칫 미국의 개입을 유발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이란은 이미 1980년대 8년여에 걸쳐 이라크와 벌인 전쟁 이후 전면전이 남긴 뼈아픈 상흔을 여전히 안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직후부터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해온 헤즈볼라에도 전면전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전면전이 벌어져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영토로 진격하는 상황은 지난 10개월간 국경을 사이에 두고 포격전을 벌여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사상 최악의 경제난 속에 전쟁까지 벌어질 경우 레바논 내에서 헤즈볼라의 정치적 영향력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이란과 헤즈볼라 모두 전면전을 피하고자 하지만, 안방에서 최고위 지휘관과 동맹의 수장을 잃은 수모를 적당히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 공공정책·국제사무연구소의 이삼 파레스 이사는 "(공격) 목표물보다 중요한 것이 위치"라며 "그들은 대응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은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이스라엘의 가치 있는 표적을 때리기 위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지난 4월 주시리아 자국 영사관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미사일과 드론 300여기를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면서 사전에 외교 채널을 통해 관련 정보를 흘려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약속 대련'이라는 일각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확전을 피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도발에 본토 공격으로 응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었다.
하니예 암살에 대한 보복 준비과정에서 이란은 당시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처럼 촘촘한 정보망이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공격수단을 갖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결국 이란에 주어진 선택지는 지난 4월에 그랬던 것처럼 단독으로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하거나,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의 '대리 세력'과 함께 대이스라엘 다면전을 펴는 것 등이다.
다만 미국은 이란이 단독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더라도 300여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했던 지난 4월보다 큰 규모의 작전을 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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