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2시간 동안 아이가 설치한 게임 앱들. “사연 깊은 미소녀 공략법” 같은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게임도 설치돼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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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Digitalpeep] [smartPC사랑=슬롯 Digitalpeep]
지난 7월 30일 미국 상원은 아동 온라인 안전법(KOSA)과 어린이 및 10대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COPPA 2.0)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흥미롭게도 COPPA 2.0 법안은 17세 미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어린 둘째(당시 7살)에게 제한 없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던 어느 날 나는 미성년자용 콘텐츠에서 광고의 폐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의 취지에 격하게 공감했다.
미국 상원 입법 내용 자세히 알아보기: https://blog.naver.com/digitalpeep/223537274079
7살 둘째가 게임 광고에 빠져든 사연
시작은 단 하나의 양산형 게임이었다. 정확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게임 자체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퍼즐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스테이지가 한 판 끝날 때마다 30초에서 1분 정도 길이의 광고를 이용자에게 보도록 강제했다. 그 흔한 광고 제거 옵션조차 없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광고를 보던 둘째가 광고에서 선전한 게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게임도 마찬가지로 특별할 게 없는 양산형 게임이었다. 둘째에게 '이거 별로 좋은 게임이 아니고, 아빠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해봤지만 고집 센 둘째는 요지부동이었다.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 휴대폰에 암호를 입력하고 게임을 설치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게임 광고. 쉬운 게임을 엉망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너는 더 잘할 수 있어'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 게임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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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단지 재미있어 보이는 광고를 따라가면서, 광고를 보고 게임을 설치하고, 그 게임이 보여주는 광고를 또 보고 또 새로운 앱을 설치했다. 처음 앱을 설치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했기 때문에, 두 번째 게임을 설치할 때부터 아이는 제한 없이 앱을 설치할 수 있었다.
주말인데도 여러 가지 집안일에 시달리고 있던 부모는 둘째의 휴대폰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나중에야 수많은 앱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어린이는 단순히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게임이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에 클릭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는 부모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사건은 광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흥미가 끌리는 대로 클릭하는 아이들에게 광고를 제한 없이 보여주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앱을 설치한다는 것은 아이가 게임을 온전하게 즐기기보다는 마치 유튜브 쇼츠를 수 시간 동안 보고 있는 것과 같이 순간적인 자극에 이끌려 다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광고를 통해 설치된 앱들은 부모님의 관리하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해 어린이가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부적절한 게임에 시간을 소비할 위험이 있다. 또한, 광고를 통해 유도된 앱들이 종종 추가적인 광고를 포함하고 있어,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불과 1~2시간 동안 아이가 설치한 게임 앱들. “사연 깊은 미소녀 공략법” 같은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게임도 설치돼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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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게임 광고를 판단하고 클릭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길러야
어린이들은 광고에 노출되었을 때 그것이 단순한 광고인지, 아니면 앱의 일부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성인들은 광고를 보았을 때 이를 자연스럽게 무시하거나, 필요에 따라 클릭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사실 광고를 이용한 부분유료화 게임은 성인들에게는 약간의 광고를 시청함으로써 시간을 지불하고 대신 게임 내 재화를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이와 같은 판단이 쉽지 않다. 특히 광고 속에서 사용되는 화려한 그래픽, 캐릭터, 그리고 매력적인 문구들은 어린이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광고를 클릭하게 만들 수 있다.
아이의 나이와 디지털 리터러시의 수준에 따라 다른 접근을 할 수 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는 광고를 켜놓고 30초간 기다린 후 광고를 끄고 보상을 얻는 행동을 꽤 능숙하게 해내는 편이다. 아이는 이런 게임이 대개 기대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광고 시청의 진정한 목적이 보상을 얻는 것이란 사실을 잘 기억하고 행동한다.
아이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이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부모는 어린이가 광고가 많은 게임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광고가 없는 유료 버전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어린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앱일수록 광고 차단 기능을 지원하는 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부모는 어린이에게 광고의 위험성을 인지시키고, 광고를 클릭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광고가 포함된 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 부모가 함께 사용하며 어린이가 광고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이의 관심을 돈으로 보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해결 방법 모색해야
도대체 이런 상황은 왜 벌어지게 된 걸까. 게임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광고를 1번 클릭할 때마다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모든 이용자들이 어른들처럼 30초의 시간을 진득하게 기다렸다가 광고 스킵을 누르고 보상을 얻어 간다면, 게임 제작사의 수익은 떨어진다.
회사는 이용자에게 점점 더 자극적인 광고를 보여주고, 결과적으로 이 같은 자극을 걸러낼 문해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이 이러한 광고 모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 모델의 사회적 의미는 나에게 매우 우울하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는 스스로 악성 광고를 판단하기 어려운 아이들, 부모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이 우울한 광고 모델의 희생양으로 내몰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우려하듯이, 단기간에 쏟아지는 자극이 아이들의 지적 및 정신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사회는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발달 지체와 지적 격차의 위험으로 몰아넣으면서, 그 대가로 약간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두에서 보여준 미국의 아동 보호 입법 사례를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배우고, 우리 사회에 도입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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