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비서, 김동연 '격노'에 "배려 가장한 윽박지름 아니라 진정성 있어야"

컵라면을 끓여온 여성 비서관을 훈계하는 영상이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사진=김 지사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컵라면을 끓여온 여성 비서관을 훈계하는 영상이 화제가 된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문상철씨가 이를 두고 "강한 기시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문씨는 지난 2011~2017년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일했습니다.

문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지사의 SNS 활동을 보며 강한 기시감을 느낀다"며 "국민의 눈높이는 달라졌는데 정치인은 그대로"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라면이 이미 준비된 걸 알았다면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신이 김치나 물을 가지러 갔다면 어땠을까"라면서 "도청의 문화를 바꾸고 싶어 꼭 지적을 해야 했다면 카메라부터 끄게 하고 비서실 직원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씨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저렇게 공개적으로 윽박지르는 도지사에게, 그 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홍보용으로 올리는 도청 조직에게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화내는 도지사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하고 그 영상에 감정을 강요하는 음악들을 깔아 편집한 영상을 도지사 계정에 올리기까지 김동연 지사의 승인과 많은 참모진들의 논의를 거쳤을 것"이라며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문씨는 "답답한 도청의 문화, 여자 직원의 단순 업무 탈피는 배려를 가장한 윽박지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의 솔선수범과 공정한 리더십, 생색내지 않는 진정성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사적인 심부름 금지는 관찰을 가장한 카메라 앞의 선언보다 평소 생활의 실천이면 충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김동연 지사에게 조직과 정치는 비판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곧 조직과 정치의 중심에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도지사가 된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도청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카메라 앞에서 직원에게 화를 낸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누구에게 기대해야 하냐"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 2일 김 지사의 소셜미디어에는 '김동연 격노 그 이유는' 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거듭된 회의에 점심을 거른 김 지사는 자신을 위해 컵라면을 끓여 온 여성 비서관에게 "이 일을 하고 싶냐"며 "나는 지사라고 이런 것 부탁하는 거 싫어요. 우리 그런 룰은 깨자고"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7000개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 등은 연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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