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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도리어 낮은 데 처하라" 김장환 목사가 윤 대통령에 전한 성구 [김현기의 직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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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맞아 평전 출간한 원로 김장환 목사의 '통합의 메시지'



중앙일보

김현기 논설위원


국내 인맥만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 하지만 여기에 미국 인맥까지 넣으면 단연 으뜸으로 불리는 김장환 목사(90). 6·25 전쟁 중에 미군의 허드렛일을 해주는 '하우스보이'로 시작해 열여섯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목회자로 우뚝 선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1997년 3월이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YS)의 아들 현철 씨가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을 수뢰한 혐의로 정국은 요동을 쳤다. 모 취재원으로부터 "김장환·조용기 목사가 오늘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제보를 받고 주변을 탐문한 결과 깜짝 놀랄 이야기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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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만난 김장환 목사는 "어렵겠지만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갈 수 있을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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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목회자가 YS에게 한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먼저 김장환 목사. "반역을 꾀한 아들 압살롬이 정부군의 창에 찔려죽자 부친 다윗왕은 식음을 전폐했습니다.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해 죽었더라면…' 하고요. 하지만 다윗왕은 곧 심기일전해 나라를 잘 이끌었습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YS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조 목사는 옛 우화를 소개했다. "한 무리의 탕아들이 말을 타고 와 밀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그 나라 왕은 다시 한번 그런 일 있으면 그 사람의 두 눈알을 빼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다시 그런 일이 있어 보니 잡고 보니 왕의 아들이었습니다. 신하들은 반대했지만, 왕은 결국 고민 끝에 자신의 오른쪽 눈과 아들의 왼쪽 눈을 뽑았답니다." 본지 특종으로 이 두 목회자의 고언이 전해졌다. 그리고 YS는 얼마 후 현철씨 구속수사를 허가했다. 정국도 진정됐다.

그런 식으로 김 목사는 고비마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충고자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치 목사'라 비난한다. 하지만 김 목사를 아는 이들은 "사회의 어두운 소외계층에서부터 대통령까지 그의 전도 대상에 제한은 없다"고 일축한다.

구순을 맞아 지난달 말 출간된 김 목사 평전을 읽고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원로로서 과연 윤석열 현 대통령에 대해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 진영 갈등의 해소책은 뭔지, 나아가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뭔지 확인하고 싶었다. 100분 인터뷰 내내 김 목사의 열정에 압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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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 김장환 목사와 조용기 목사가 청와대로 김영삼 대통령을 찾아 차남 현철씨 문제에 대한 고언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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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첫마디는 "대광초 나왔습니다"



Q : 그때 YS에게 한 고언이 보도된 뒤 별 문제는 없었나요.

A :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이 바로 전화가 와 '기도하고 식사나 하고 나오시지 왜 그런 얘기를 했느냐'고 하더군요. 이후 구속된 현철씨에게 기도해주러 구치소에 12번이나 면회를 갔어요.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어떻게 됩니까.

A :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이곳(극동방송 사옥)에서 봤죠. 로마서 12장을 읽어드렸습니다("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 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하지 말라"). 사실 전 별로 (윤 대통령에) 좋은 인상을 갖지 않았어요.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애먹였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겸손하더라고요. 여기 와서 첫마디가 '저 (기독교 사학인) 대광초등학교 6년 다녔습니다. 교회를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습니다'였어요. 제가 그래서 '그럼 기초는 돼 있네요'라고 했어요. 요즘 대통령이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 좀 잘하는 건 잘한다 하고, 못하는 걸 못한다고 해야 해요. 근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선 곤란해요.

Q : 요즘에도 자주 연락하시나요.

A : 대통령이 예컨대 '목사님 오후 5시에 들어와 기도 좀 해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전 보통 다른 목사 두세 명에게 연락해 함께 (용산에) 들어가요. 들어가서 설교하고, 돌아가면서 기도하고 식사도 하고 그러죠. 어떨 때는 제가 (호두)파이를 갖고 들어가요. 대통령이 바빠서 시간이 안 될 때는 전화를 걸어와 '지금 기도해주세요'라고 하는 적도 있어요. 지난해 미국 국빈 방문하기 전날에는 여의도 63빌딩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제가 내일 떠나는데 (전화로) 기도해 달라'고요. 그때 같은 점심 자리에 16명인가 있었는데, 모인 사람 모두 기도하며 '아멘, 아멘' 하니까 대통령도 그 소리가 수화기로 들렸는지 함께 '아멘'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게 몇 번 있었죠.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순방(6월 10~15일) 전에도 기도했었죠. 그리고 언젠가 대통령이 제게 '텔레그램(SNS)을 하느냐'고 물어서 못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비서를 통해 깔아두었는데, 그제(8월 3일) 텔레그램으로 '공산주의가 기독교에 침투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튜브 링크를 보내왔어요. 들어보니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뭐.



윤 대통령과는 대면 및 전화로 함께 기도…텔레그램도 보내와

김 여사에게는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 각오 구절 읽어 줘

진영 갈등 극복하려면 겉옷 달라 할 때 속옷까지 줄 수 있어야

누구나 흠은 있어…다만 '조금 더 흠 없게' 살아보려 노력하자

그래서 요즘에는 대통령에게 어떤 성경 구절을 전하십니까.

A :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편, 잠언, 신약성경 말씀 중에서 좋겠다 싶은 걸 골라서 가죠.

Q : 김건희 여사에게도 위안의 말씀을 전합니까.

A : 대통령이 기도하면서 그러더군요. '우리 장인어른께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사랑을 별로 못 받고 자랐는데 목사님께서 아버지 노릇 좀 해주십시오." 저야 영광이죠. 이후 강남의 조그만 식당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모 대학 전 총장님, 한 언론사 사주의 배우자가 함께 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읽은 게 구약성경의 에스더라는 여인의 이야기에요.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스의 왕비로 이스라엘 출신인) 에스더는 페르시아가 이스라엘 민족을 죽이려고 할 때 (왕의 호출이나 약속 없이 임의로 왕 앞에 나서면 죽임을 당하게 돼 있음에도) '죽으면 죽으리라'란 각오를 하고 왕 앞에 나가 이스라엘 백성을 대변하고 호소하죠. 그래서 삽니다. 또 구약성경의 한나라고 하는 여성이 아들이 없어 열심히 기도해서 사무엘이란 아들을 얻은 이야기 등도 해 드렸죠. 김 여사는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성경 지식이 많아요. '교회를 다녔느냐'고 물으니 학생 때 새벽 기도를 열심히 다녔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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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김장환 목사의 구순을 맞아 출간된 평전 '빌리 김, 하우스보이에서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김 목사는 "난 내지 말자고 했는데 결국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감사와 겸손이 통합의 길



Q : 나라 전반이 진영 논리, 대립 구도에 빠져있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A : 남이 나보다 낫다고 여기고,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줄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이는 기독교인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에요. 우리 국민 모두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 줄 알고, 용서하는 아량의 마음, 그리고 남이 잘되는 걸 기뻐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 진정한 선진 국민 됩니다. 그런 국민운동 좀 전개했으면 좋겠어요.

Q : 90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뭐였던 것 같습니까.

A : 감사와 겸손이죠.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어요. 차기 지도자도 정치인 전에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족이 고생하죠.

지금 거론되는 이들 중 그런 자질을 갖춘 지도자가 있습니까.

A : 뭐, 한두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은 (대선에) 안 나올 것 같아요. (누구인지?) 얘기하면 본인들에게도 누가 될 것 같네요. 누구나 다 흠이 있어요. 성직자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더 흠 없게' 살아보려 노력해야죠.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정치로) 들어와야 해요.



트럼프에 "북한에 기합 넣어라!"



Q : 이달 중순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어린이 합창단 650명의 공연을 주최한다고 들었습니다.

A : 6·25 참전 미군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요. 2016년 극동방송 창사 60주년 행사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어린이 합창단 500명의 무대를 열었거든요, 감동한 많은 이들이 '외교관 100명도 하지 못할 일을 어린이들이 했다"고 찬사를 보냈어요. 이번 케네디센터 공연(23일)도 2500석 전체가 이미 매진됐는데, 절반 이상은 현지 미국인들이 산 것이라고 하더군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에요.

Q : 2017년 문재인-트럼프 첫 정상회담 때도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A : 트럼프가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을 때 얼굴도 안 보고 '노룩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김진표 의원(전 국회의장)이 걱정됐는지 제게 연락을 해 왔어요. '빌리 그레이엄 목사 아들(프랭클린 그레이엄)이 트럼프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하던데 방한을 주선해달라'고요. 그래서 청와대에서 만남이 성사됐는데, 그때 문 전 대통령 첫마디가 '난 미국에 대한 고마움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는 거였어요. 이런 메시지가 트럼프에게 전달하면서 분위기가 좋아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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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평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장환 목사.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 사회의 갈등 심화를 우려하면서 마음의 여유와 약자에의 배려를 호소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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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트럼프 2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A : 지난 2018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어요. 제가 그랬습니다. '우리 한국에선 김정은을 안 좋아한다. 당신이 좀 기합을 넣어라!'라고요. 트럼프는 '오케이'라 답하더군요. 아무튼 트럼프가 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에게 돈이 쇄도하고 있잖아요. 미국 선거는 돈입니다. 예측 불가 선거가 된 거죠. 하지만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 인맥을 빨리 구성해야 합니다. 지난 4월에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왔고, 또 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정치자금 지원은) 외국인이 할 수 없게 돼 있어 까딱 잘못하면 큰 문제가 됩니다.

김현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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