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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보수 집토끼’ 잡으려 개헌으로 총리 연장 꿈꾸는 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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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기시다 일본 총리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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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 집권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한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자민당 지지층인 보수층의 숙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재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8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헌법개정실현본부 회의에서 이달까지 개헌안에 대한 당내 방침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고 하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를 확실히 명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자민당이 추진하려는 개헌안의 핵심은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과 긴급사태 조항 추가 등이 있다. 핵심은 자위대 부분이다. 일본은 패전 후 헌법에 군대를 둘 수 없도록 해놨는데 이를 개정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교전이 가능한 군대를 보유한 보통 국가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개헌은 일본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가장 열심히 추진해왔지만 해내지 못한 과제이기도 하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가 크며 국회라는 문턱을 넘는다 해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어서다. 자민당 내부 입장이 정리된다 해도 개헌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가 개헌을 강조한 데는 다음달 말 자민당 총재 선거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구조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며 사실상 정권 교체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개헌을 요구하는 자민당 내 강경 보수층이라는 집토끼를 확보해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도쿄신문은 “내각 지지율 침체로 총리의 차기 총재 선거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유력한 대항마의 출마 선언은 아직 없다”며 “이 때문에 개헌이 총재 재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눈에 보이는 전략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위기 때마다 개헌을 강조하며 결집을 시도한 전력이 있어서다. 그는 지난해 2월 자민당 당대회 때도 “시대가 헌법의 조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해 4월 중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민당 중진 의원은 요미우리신문에 “3년 임기가 있었는데 무엇을 새삼스럽게”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우익 성향인 일본유신회의 후지타 후미타케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늦다. 너무 늦다”며 기시다 총리의 개헌 발언이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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