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들의 잦은 이탈로 보험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고아계약이 쏟아지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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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속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생명보험사 33%, 손해보험사 5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보험백화점격인 보험대리점(GA) 70곳의 설계사 정착률도 47.9%로 절반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사등록 정착률은 신규 보험설계사들이 1년간 살아남은 생존률을 말한다. 통계대로라면 설계사 10명 중 5명은 1년도 안 돼 회사를 떠난다는 얘기다.
설계사들이 금방 떠나는 배경에는 최근 급변한 영업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GA들이 보험사보다 높은 수수료, 정착지원금을 제시하면서 설계사들이 대거 이동한 영향이다. 한 회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설계사보다 여러 상품을 다룰 수 있는 GA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설계사들이 꾸준히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GA몸집도 급격하게 커지는 추세다. GA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17만8755명 수준이던 GA 설계사 수는 1년새 2만여명 늘어난 19만8517명이 됐다. 대형보험사들도 속속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면서 영업 환경이 급변하는 추세다.
가장 급격하게 규모를 키운 곳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다. 2022년 1만9131명이던 GA설계사 수가 지난해 말 2만2609명으로 늘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 4월 한화생명의 판매조직을 분리해 만든 자회사형 GA다. 현재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GA로 피플라이프(4108명)와 한화라이프랩(2107명)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이를 합산한 한화생명 자회사 GA 3사 설계사 수만 총 2만8824명에 달한다.
나머지 대형 GA사들도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이기도 한 인카금융서비스의 경우, 2022년 1만2228명에서 1년 뒤 1만4516명으로 증가했다. GA코리아는 2022년 1만4137명에서 1만4708명으로, 글로벌금융판매는 1만2072→1만2235명, 메가㈜ 8645→8932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GA가 세를 불릴수록 본의 아니게 소비자 피해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이·퇴직으로 인해 다른 설계사에게 이관된 계약건수는 매년 3000만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통상 계약을 담당한 설계사가 바뀌면 새로운 담당자가 그 계약을 물려받게 되지만, 새로운 담당자가 얻는 금전적인 이득은 없다. 새로운 담당 설계사 입장에선 모집 수수료도 받지 못한 계약의 사후관리를 도맡아야 해 부담이 크다. 필수 업무(민원 응대, 계약내용 변경 고지 등) 외 추가적인 고객 관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설계사의 이직·퇴직 등으로 보험 계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이른바 ‘고아계약’으로 인해 보험 자체가 효력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통상 고객이 보험료를 연체할 경우 담당자가 해당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를 알려줄 담당자가 없어 3개월 이상 보험료가 연체돼 계약이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매달 접수되는 보험 이관건수가 그 달에 맺은 신계약 건수를 뛰어넘은지 오래 됐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아계약도 상당히 많아 남은 설계사들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설계사 조직이 클수록 많은 보험을 팔 수 있어 보험사와 GA는 많은 보너스와 정착지원금을 제시, 설계사들을 끌어오고 있다. 지점장을 영입하면 해당 영업지점 전체가 이동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대규모 계약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판매 실적이 설계사 규모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 보험사와 GA 때문에 애꿎은 고객들만 피해를 본다.
보험연구원은 “장기근속 설계사에 대한 우대, 유지율에 따른 인센티브·맞춤형 설계 등으로 소비자 중의 유지관리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감독당국은 고아계약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관리지표를 개발해 주기적으로 실태를 파악, 공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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