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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본 적 없던 고물가에 신음하던 일본 실질임금이 드디어 '상승 전환'했다. 역대급 임금 인상에 두둑한 여름 보너스 효과인데,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과 최근 급브레이크에 걸린 엔화가치 약세(엔저) 완화로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6월 근로통계조사'(속보치)에 따르면 물가 변동을 고려한 직원 수 5명 이상 업체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1.1% 상승했다. 5월까지 2년2개월 연속 하락하던 일본의 실질임금이 2년3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역대 최장 후퇴 기록을 새로 써온 일본의 실질임금은 6월부로 이 기록을 마감하게 됐다.
명목임금을 나타내는 1인당 현금 급여 총액은 2년6개월 연속 늘며 4.5% 증가한 49만8884엔(약 474만원)을 기록했다. 6월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도 3.3% 올랐지만 명목임금 상승세가 이를 웃돌았다.
올해 일본 대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은 버블 붕괴 직후인 1991년 이래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월평균 인상액은 1만9210엔(약 18만5000원)이었다. 지난해보다 43% 이상(5848엔·약 5만6000원) 더 많은 것이다.
전날 게이단렌이 발표한 2024년도 춘투 최종 집계에 따르면 회원사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1.59%포인트 상승한 5.58%였다. 1991년 5.6%를 기록한 이래 임금 인상률이 5%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원 수 500명 이상의 대기업 135개를 대상으로 집계했다. 업종별로는 철강(12.04%), 정보통신(10.15%) 등의 분야에서 특히 상승폭이 컸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임금도 수십 년 만에 최대치로 오른다. 일본 인사원은 올해 국가공무원 월급을 평균 2% 이상 올릴 방침이다. 국가공무원 월급이 증액되는 것은 3년 연속으로, 상승폭이 2%를 넘는 것은 1992년 이후 32년 만이다.
하계 보너스에 따른 '반짝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계 보너스가 포함된 '특별지급급여'는 7.6% 늘어난 21만4542엔(약 203만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기본급이 포함된 소정 내 급여는 2.3% 늘어난 26만4859엔(약 251만원)이었다. 증가세가 2년8개월 연속 이어졌으며 증가율은 29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닛케이는 6월 상승률이 여전히 물가 상승세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후생성 담당자는 "6월에 하계 보너스를 지급하는 곳이 지난해 대비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너스를 앞당겨 지급했는지, 새로 지급하는 곳이 늘었는지는 알 수 없다. 7월 이후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 고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 임금 인상이 어느 선까지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현재 임금 인상 흐름이 중소기업까지 확산되는 기미가 보이긴 하나, 가격 전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일본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중소기업의 정규직 평균 임금 인상률은 3.62%에 그쳤다. 대기업의 5.58%에 크게 못 미친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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