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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주가 무너뜨린 ‘AI 거품론’,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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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식시장의 ‘인공지능(AI) 버블’을 형상화한 그림. DALL·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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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최근 급락한 배경에는 그동안 기술주 랠리를 이끌어 왔던 인공지능(AI) 테마에 대한 회의론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과열됐다는 투자자들의 ‘깨달음’이 연쇄 투매를 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너져 내린 것은 일시적인 AI 기업의 가격과 기대감일 뿐, AI 산업의 수요와 수익모델 등 ‘펀더멘털(내재가치)’은 견고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미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4.82% 떨어졌다. 엔비디아도 6.36%,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4.61% 하락하면서 몇 년간의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기술 랠리가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다.

그 배경으로는 엔화 강세에 따른 유동성 쇼크, 미국 고용지표 악화 등이 꼽힌다. 세계 경기 전망에 대한 공포가 매도 행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매크로(거시경제) 분석에 더해, AI 테마에 대한 우려도 주가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른바 ‘AI 거품론’이다.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AI 산업이 급격한 관심을 받았다가 과거의 ‘닷컴 버블’처럼 차갑게 식고 있다는 논리다. AI 투자를 이끄는 빅테크 4개사(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 대형 기술기업 7개사(매그니피센트7·M7)의 시가총액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이들의 가치 하락은 전체적인 주식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발단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었다. 지난주 열린 올해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구글은 분기당 120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하는 AI 투자를 단행했으면서도 수익 실현 시점을 두고는 불투명한 답변을 내놓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 클라우드 매출이 전망치를 밑돌았다. 그러면서도 이들 기업들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입을 비롯한 AI 설비투자 금액은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투자회사인 ‘50파크 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르한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AI 수익을) ‘나에게 보여줘(show me)’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AI가 수익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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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주의 거품 붕괴와 실제 AI 내재가치의 성장을 비교한 차트. 출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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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 아니다’라는 반론도 나온다. 컨설팅회사인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수석경제학자 존 히긴스는 이날 “닷컴 버블이 터진 2000년보다는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락한 1998년과 더 비슷해 보인다”고 밝혔다. 1998년에도 미국의 실업률이 약간 상승하고 엔화가치가 급등해 증시가 조정을 겪은 바 있는데, 지금은 그때와 달리 시스템적인 불안 요소는 없다는 주장이다. 히긴스는 “경제는 우려했던 것보다 더 잘 견뎌낼 것이며 투자자들도 AI에 대한 열정을 재발견함에 따라 주식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이 AI 기업 실적에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구글 등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2분기 AI 사업 실적이 예상보다 못 미쳤으나 그렇다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근거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투자하는 상황도 아니다. 기존 캐시카우(수익사업)에서 번 여유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기술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며 이들은 2분기에 전년 대비 24%의 수익 성장을 이뤘다”며 “AI 수익화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가 더 많이 있으며 내년 AI 칩에 대한 수요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개 빅테크 업체 모두 마진이 상당폭 확대되고 현금흐름이 증가하는 가운데 비용을 굉장히 신중하게 배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과잉 투자 우려에 대해서도 심 연구원은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기조는 변한 것이 없다. AI 구현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AI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수요 둔화를 우려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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