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비 인하 압박에 중저가폰 출시
이통3사, 번호이동 전환 지원금도 상향
애플은 ‘열외’ 점유율↑… '반쪽 규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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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중저가폰 및 중저가 요금제를 잇달아 만들어냈지만 미국 애플은 프리미엄 단말기 판매에 집중하며 꾸준히 국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런 방침이 국내 정보통신(IT) 기업의 발을 안방에서부터 묶어 경쟁력을 깎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SK텔레콤 전용 중저가폰인 ‘갤럭시 퀀텀5’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 내놓은 여섯 번째 중저가 폰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시리즈를 잇달아 내놓는 것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영향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 삼성전자와 협의해 중저가 단말 출시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10년간 통신요금은 18% 떨어진 데 반해 스마트폰 등 통신장비 가격은 242% 늘어나 가계통신비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3사도 요금제와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에 따라 최대 33만원까지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통신비를 낮춰 국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결정이었으나 통신사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이 이런 모든 흐름에서 사실상 ‘열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중저가 모델인 ‘아이폰 SE’는 2022년 3세대 모델을 끝으로 후속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해외사업자인 애플의 경우 과기정통부로서는 협의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중저가폰 출시를 독려할 수 없다. 그 사이 애플은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25%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중국에서의 애플 행태가 다른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5월 애플은 중국 티몰 사이트를 통해 ‘아이폰15 프로맥스’ 1테라바이트(TB) 모델을 약 318달러 싸게 판매했다. 화웨이, 오포 등 중국산 브랜드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단말기 보조금도 삼성전자에 비해 애플은 10만~20만원가량 적은 수준”이라며 “그간 한국 정부가 기간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규제를 펼쳐왔지만, 해외사업자들을 규제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규제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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