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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美·日 경제수장의 판단 미스, 폭락장에 불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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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과 우에다는 어떤 실수 했나

조선일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AP·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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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에 이어 5일도 주요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판단 착오’가 시장의 공포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 고용 시장의 냉각이 닥치는데도 금리 인하를 미뤘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다른 국가들이 침체를 대비해 금리를 내리는 가운데서도 성급히 기준금리를 올려 증시에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두 중앙은행은 모두 지난달 31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열고 각각 동결과 인상을 결정했다. 이 회의 직후 미국 고용 시장이 악화했다는 지표들이 잇달아 나오며 증시 폭락이 번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이 전일보다 12.4% 폭락한 5일 도시마 이쓰오 도시마&어소시에이트 대표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파월과 우에다 총재의 뼈아픈 판단 착오라는 이야기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유력하게 돌고 있다. 연준은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어야 하고, 일본은행은 (침체에 대비해) 금리 인상을 보류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마 대표는 이어 “뉴욕 증시의 오랜 표어인 ‘연준에 거역하지 말라’는 이미 ‘연준을 의심하라’고 바뀌었고 일본 시장에선 ‘일본은행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 ‘일본은행을 의심하라’로 바뀌는 중”이라고 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 31일 전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는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린 데 이어 4개월 만에 금리를 또 올렸다. 일본 기준금리는 연 0.25%가 되면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아졌다. 우에다 총재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는다” “0.5%를 금리 인상의 벽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서 ‘더 올리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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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일본이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을 벗어났다는 판단에서 나온 우에다의 ‘과도한 자신감’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며 ‘거품’ 우려가 쌓이던 일본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증시엔 악재다. 무엇보다 일본 증시 상승의 ‘연료’가 엔저(低)로 인한 외국인 투자 자금이었다는 점은 충격을 더 키웠다. 금리를 올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 불리하기 때문에 기업 주가엔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급락(엔화 가치 상승)하며 한때 달러당 141엔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20엔이나 내리며 엔저에서 엔고(高)로 분위기가 급변하자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 매도가 늘며 충격이 번졌다.

일본은행에 이어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연 미 연방준비제도의 파월 의장은 반대로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갔고, 1년 넘게 현재의 금리 수준(연 5.25~5.5%)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동시에 고용이 악화할 조짐이 보였는데도 파월의 연준이 지나친 신중론을 고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월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 유지를 결정하면서 “고용 시장은 정상화하는 중”이라고 했다.

파월의 ‘판단 착오’는 회의 다음 날 바로 드러났다. 1일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며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공포에 2일 아시아 시장이 일제히 하락했는데, 아시아 시장 마감 후 나온 미국의 고용보고서는 더 어두웠다. 7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17만5000개)를 크게 밑도는 11만4000개로 집계됐고, 실업률은 4.3%로 약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파월은 2020년 코로나 확산 이후 정부의 막대한 부양금 살포로 인플레이션에 불이 붙었을 때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며 금리 인상을 미뤄 망신을 당했는데, 금리를 인하를 두고도 지나치게 미적거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달 나온 6월 고용 보고서에서 일자리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고용 냉각’ 신호가 이미 감지됐음에도 ‘동결’을 고수했다는 점은 실기(失期) 논란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추가적인 경기 냉각이 발생할 경우 적절히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7월에 선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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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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