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2024 파리 올림픽 남자단체·혼성·남자개인 등 양궁 3관왕에 오른 김우진 선수를 축하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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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 프랑스 파리 올림픽 전 종목을 석권한 데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의선 그룹 회장의 ‘삼촌 스킨십’도 한몫했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 후원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이 끝난 직후 파리 올림픽 지원에 착수했다. 대한양궁협회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파리 대회 양궁 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했고, 대표팀은 이곳에서 파리 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대회를 했다. 지난 6월에는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관중을 앞에 두고 약 40분간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팀을 이뤄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펼쳤다.
이번 파리 대회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있는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국가대표팀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이 연습장은 휴식과 훈련시설이 갖춰진 곳으로, 선수들은 보통의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지난달 16일 출국해 이곳에서 현지 적응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예선 후 본선까지 2일의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한국 선수들은 이곳에서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양궁 국가대표팀에 지원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대한양궁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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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또한 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선수단을 지원했다. 도쿄 대회 직후부터 선수들과 코치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훈련에 필요한 장비를 개발·지원했다. 대표적인 장비가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이다.
양궁은 일대일 경기에 대비한 훈련을 하려면 상대 선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 간 반복적인 훈련은 실전과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데 한계가 있고, 원하는 시간대에 훈련을 함께 할 수 있는 상대를 매번 구하기 어렵다.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로봇은 바람의 영향 외에 오차 요소가 거의 없다고 한다.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및 온∙습도 센서를 이용해 바람 등 외부 환경 변수를 측정한 후 조준점을 보정,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보였다. 이 슈팅로봇은 지난달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2차 스페셜 매치에 투입돼 선수들과 대결을 하는 등 파리 대회 직전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를 만들어 지원했다. 이 밖에도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등도 제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전 종목 석권 직후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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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은 양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직접 챙겼다.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파리 대회 개막식 전에 현지에 도착했고,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삼촌 스킨십으로 멘토 역할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한국 선수단은 다소 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결승전을 위해 이동 중인 선수들과 만나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 팀 응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 실력이 더 뛰어나니 주눅 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고 한다. 정 회장은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스킨십은 선수들에게 오롯이 전해졌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정 회장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장면이 수시로 나왔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정 회장을 헹가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 선수단이 양궁 5개 전 종목을 석권한 것에 대해 “무엇보다 협회와 선수들, 직원들 사이에 믿음이 있어 서로 믿고 한마음으로 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너무 즐겁고, 애타게 봐주시니 우리 양궁인들이 많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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