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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구글은 왜 ‘올림픽 AI 광고’를 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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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구글이 미국에서 내보낸 자사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제미나이 광고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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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2024 프랑스 파리 올림픽을 맞아 미국에서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광고를 중단했다. 아버지가 AI를 이용해 딸이 스포츠 스타에게 편지를 쓰도록 돕는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휩싸이면서다.

4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부정적인 반응을 감안해 자사 AI 챗봇 ‘제미나이’ 광고를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철회했다고 밝혔다.

광고 영상에는 아버지와 육상 선수를 꿈꾸는 어린 딸이 등장한다. 딸은 미국 허들 선수 시드니 맥럴린-르브론의 팬이다. 팬레터를 보내고 싶어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는 제미나이를 실행한다. 그는 “내 딸이 시드니에게 그가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지 말해주는 편지를 쓰도록 도와줘. 언젠가는 시드니의 세계기록을 깰 것이라고 꼭 언급해줘”라고 요청한다.

제미나이는 즉시 편지 초안을 만들어냈다. 딸이 육상트랙을 뛰는 모습과 함께 ‘제미나이의 작은 도움’이라는 문구가 나타나면서 광고는 끝을 맺는다.

구글은 올해 가장 큰 국제 행사 중 하나인 올림픽 기간 광고를 통해 AI가 인간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계획은 엇나갔다. 대중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AI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광고에 반감을 드러냈다.

미국 시러큐스대 미디어학 교수인 셸리 파머는 블로그를 통해 “영상 속 아버지는 딸이 자신의 말을 사용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게끔 지도하는 대신 AI에 의지하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의사소통 방식이 널리 퍼지면 인간이 독창적으로 사고하는 사례가 줄면서 언어와 문화의 풍부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구글 측은 “우리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결코 대체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우리 목표는 미국 대표팀을 기념하는 진정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거대 기술기업이 ‘불쾌한’ 광고로 역풍을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 5월 신형 아이패드 프로 광고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광고를 중단하고 사과했다. 광고는 피아노와 기타, 카메라, 페인트통 등 인간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모아놓고 유압 프레스로 짓누른 다음 그 자리에 신형 아이패드가 놓인 모습을 담았다.

애플은 창의적인 작업에 쓰이는 도구들이 새 제품에 몽땅 들어있다는 메시지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조롱했다며 논란이 됐다. 영국 배우 휴 그랜트는 엑스(옛 트위터)에 “인간 경험의 파괴, 실리콘밸리 제공”이라고 썼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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