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I에서 느끼는 앤의 흔적과 빅토리아 시대 英 문화…기념 주화도
캐번디시에서 가장 유명한 '그린 게이블스(Green Gables)'. 실제로는 작가의 친척집이지만 현재는 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앤의 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19세기의 가구들과 다리미, 타자기 등 집안 곳곳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구현돼 있다. 2024.08.01/사진:김남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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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동쪽 끝에 위치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는 섬 하나로 이루어진 캐나다에서 가장 작은 주이다. 전체 캐나다 면적의 0.1%도 되지 않아 지도에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지만, 제주도의 약 3배, 충청북도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다. 인구는 약 14만 명으로, 면적이 3분의 1인 제주도의 인구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빨간 머리 앤'의 동네로 설명하는 게 더 빠르겠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빨간 머리 앤' 만화를 보기 위해 빨리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앤과 그의 친구 다이애나가 자작나무 숲에서 함께 나누던 우정은 내가 성장하는 내내 애잔하고 가슴 떨리는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아마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감성에 공감하고 기억할 것이다.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는 11살의 쾌활한 주근깨 얼굴에 빨간 머리의 고아 소녀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세계 지도에 올렸다. 1908년에 출판한 소설은 1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캐나다인들의 빨간 머리 앤 사랑은 대단하다. 6월 26일 캐나다 왕립 조폐국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와 그녀의 대표작 '빨간 머리 앤'을 기념하는 1달러 주화를 공개했다. 주화는 몽고메리의 출생지인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 발표되었으며, 디자인에는 몽고메리의 초상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조각 퀼트, 그리고 앤 셜리의 상징적인 모습이 포함되어 있다.
2024년 1달러 기념 유통 동전은 앤 오브 그린게이블즈의 작가인 LM 몽고메리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다. 컬러 버전과 무색 버전 모두 6월 27일부터 일반 유통을 시작했다. 2024.08.01/<출처:캐니다 왕립 조폐국> |
최근 몇 년 사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Anne With an E)로 방영되면서, 원작을 너무나도 잘 구현해 낸 이 드라마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열광했다. 실제로 그곳에 가면 앤을 만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나 또한 평생 빨간 머리 앤을 너무 좋아하며 살았기에, 캐나다에 살게 되면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바로 PEI 었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되는 PEI 섬까지는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12킬로미터에 달하는 다리가 대서양 한가운데 무지개처럼 떠 있어, PEI 섬 입구에 걸쳐있어 배를 타고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극 중에서 앤이 PEI를 처음 보자마자 장엄한 풍경에 황홀해했다고 묘사된 그대로, 이곳에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과 이국적인 집들, 아틀란틱 캐나다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이 매력적으로 펼쳐져 있다.
붉은 토양과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가도 아름다움을 더하며, 곳곳에 남아 있는 앤의 흔적들 덕분에 소설의 내용과 실제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마치 어디선가 앤이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여행 내내 들었다.
PEI 이곳은 사실 앤이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곳곳이빨간 머리 ’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빨간 머리 앤을 통해 관광 수입을 벌고자 하는 흔적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 그중에서도 앤이 살던 집으로 나오는 그린 게이블즈 (초록 지붕집)는 이곳 최대의 명소이다.
그린 게이블스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모든 소설의 시초가 된 곳이자 소설의 배경에 영감을 불어넣은 집이다. 몽고메리는 이 친척 집에서 많은 작품을 집필했고, 많은 작품을 집필했으며, 빨간 머리 앤의 초록 지붕 집도 이 집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에 표현하였다.
그린 게이블즈에 가면, 1800년대 후반의 모습을 복원한 빅토리안풍 방을 거닐어보고, 헛간과 포도원, 나무 그늘에서 농장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책 속에 묘사된 '귀신 들린 숲(Haunted Woods)'과 '도깨비 숲(Balsam Hollow)' 산책로를 걸으며 소설 속 세계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캐나다의 역사를 알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PEI 주는 1720년에 프랑스인들이 정착을 시작했으며, 1758년 프렌치 인디언 전쟁 중 영국군이 이 지역을 점령하고 프랑스계 아카디안 대부분을 강제 이주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에도 반영되었다. 소설 속에서도 앤 대신 프랑스계 사내아이를 일꾼으로 쓰기 위해 데려오기를 원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같은 배경을 알고 PEI의 역사가 이어지는 주도인 샬럿타운을 방문하면,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영국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섬 전체가 살랑거리는 바닷바람과 푸른 초원으로 조용하고 평온하게만 느껴지지만, 이곳에는 캐나다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감자튀김 브랜드와 카우 아이스크림의 본고장 역시 이곳이다.
작지만 실속 있고, 없는 거 빼고 있을 건 다 있는 캐나다의 가장 작은 주 이다. PEI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널 때는 뭐 별거 있겠어' 하며 큰 기대가 없다가 섬을 돌며 앤의 흔적을 쫓다 보니 이곳이 빨간 머리 앤의 전부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육지로 돌아가려 할 때, 다리를 건너는 순간 선뜻 차를 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 PEI 섬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과,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캐나다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앤을 두고 떠나는 것이 왜 이렇게 아쉬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곳은 다음에 다시 오기를 기약하게 만드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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