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미국 통제력 잃은 듯"…중동질서 뒤흔들 권력공백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이든 레임덕 속 네타냐후 도발로 지정학적 위기 직면

푸틴·시진핑·김정은 악용할라 경계하다 동맹에 '뒤통수'

미국, 대선까지 혼란…유럽도 각자 정세불안 휘말려 무기력

연합뉴스

네타냐후 정권의 일방적 군사행동 때문에 지정학적 위기 직면한 것으로 관측되는 바이든 행정부[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피살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곳에서의 통제력을 사실상 상실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그간 가자지구 전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며 친이스라엘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암살 작전을 사전에 통보받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대통령 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자국 내 정치 지형도 흔들리고 있어 통제력 공백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최근 중동지역의 분쟁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사라지면서 갈등 확대에 대한 두려움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작전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하니예 피살 직후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고, 사전에 인지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력 논란 끝에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는 등 자국 내 정치 혼란이 가중되면서 적성국들이 이틈을 타 역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는 우려해왔다.

그러나 자국의 지원을 받는 동맹국의 도발로 광범위한 지정학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일했던 중동 전문가 발리 나스르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시진핑, 김정은 등이 이 시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미국의 동맹이 그럴 줄은 몰랐다"며 "미국이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3단계 휴전안을 내놓으며 가자지구 분쟁 해결에 매진해온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이번 사태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간의 외교적 노력이 소용없는 일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이스라엘 소행으로 지목된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 이후 이란이 보복에 나서지 않도록 배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귀빈을 수도에서 살해한 것은 미국의 이런 노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뉴스

미국의 정치적 혼란기를 자신의 정치인생 연장의 돌파구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NYT는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의회 연설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던 당시 미국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목도하고 행동에 나설 기회를 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의회에서 가자 전쟁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의원 수십명이 연설을 보이콧 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고,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재임 기간 친이스라엘 밀착 행보를 보여온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별도로 거론하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지 나흘 된 바이든 대통령과 차기 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다.

나스르 교수는 "아마도 그는 워싱턴에 명백한 공백이 있다고 판단하고 행동하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핵 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이스라엘의 불안감을 키웠고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갈등을 촉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핵개발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공격할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갈등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정책에 있어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유럽 동맹국도 자국 내 혼란으로 외부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프랑스와 독일은 극우 정당의 득세로 대응에 골몰해야 했고 영국은 신임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스라엘 정책에 있어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NYT는 이번 사태로 미국이 새로운 외교 파트너도 잃게 됐다고 짚었다.

이란 신임 대통령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개혁파로 취임 이후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 일로 무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이 전면전을 감수할지는 미지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자드푸르는 미국이 2020년 쿠드스군 카심 술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했을 때도 이란이 전면전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란이 정권의 체면은 살리되 체제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는 수준에서 보복에 나서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이란 영토에서 이뤄진 귀빈 암살에 '저항의 축' 동원한 보복 검토하는 이란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shin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