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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 카드 꺼내든 제주맥주, 주주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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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감자 후 자본금 2배 유상증자

공시 후 주가 1000원 간신히 지켜

아주경제

[사진=제주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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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주로 전락한 제주맥주가 감자와 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이 이중 피해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주맥주 소액주주 지분이 희석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맥주 주가는 1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900원대까지 내렸지만 마감 직전 간신히 1000원대를 지켰다. 제주맥주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자본잠식을 면하겠다며 대규모 무상감자를 결정한 뒤 감자 후 자본금의 2배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악재 때문이다.

제주맥주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100억원 규모를 조달하고자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대상자는 지와이투자조합이다. 유상증자 납입일은 오는 30일이다.

제주맥주가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5월로 최초 납입 예정일은 5월 30일이었으나 7월 30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7월 30일에도 유상증자 납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31일 제주맥주가 자본잠식을 면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결정한 뒤 지와이투자조합의 유상증자 결정을 재차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신주발행가는 1059원→1155원→5370원으로 조정됐다.

1분기 기준 제주맥주의 자본총계는 218억원으로 자본금 292억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제주맥주가 보통주 5주를 같은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80% 비율의 무상감자를 진행하면서 자본금은 기존 292억8300만원에서 58억56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자 기준일은 8월 5일, 병합 기준일(효력 발생일)은 8월 6일이다.

제주맥주의 현 최대주주는 더블에이치엠으로 지분 6.83%를 갖고 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13.72%를 확보하는 지와이투자조합으로 바뀐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수옹투자조합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일두투자조합에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다.

수옹투자조합이 1년 뒤 CB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제주맥주 지분 26.37%를 확보하게 돼 또다시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일두투자조합이 보유한 BW 역시 제주맥주 지분 변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러 투자조합들이 얽혀 있다 보니 지배구조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라는 악재에 소액주주들은 이미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제주맥주가 김밥 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처음 나왔던 지난달 11일 주가는 1945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주가는 48% 내린 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무상감자 이후에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회사는 대체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맥주는 운영자금을 확보해 냉동김밥 회사 올곧의 모회사 에이지에프를 인수할 계획이다. 에이지에프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다. 취득 예정일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마친 8월 31일이다. 제주맥주는 인수가 끝난 뒤 비상장회사인 에이지에프의 기업공개(IPO)와 70억원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겠다고도 했다.

종합 식품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단순 주가 부양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올곧이 K푸드 열풍을 타고 미국 트레이더조에 이어 H마트, 코스트코까지 입점했지만 CJ제일제당, 사조대림, 롯데웰푸드, 대상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주경제=송하준 기자 hajun8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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