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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시아파 맹주’ 이란에 공개 모욕… 이스라엘 정보전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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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동전문가 4인의 진단

NYT “하니야, 미사일-드론 아닌

安家 밀반입된 폭탄에 사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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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인부들이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을 벽에 설치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가혹한 보복이 따를 것 이라고 쓰여 있다. 하니예는 지난달 30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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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된 사건을 두고 국내 중동 전문가 4인은 입을 모아 “‘시아파 맹주’ 이란에 공개 모욕을 주기 위한 이스라엘의 정보전 승리”라며 “낙후된 이란의 방공망과 보안 시스템 실태도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핵개발 의혹에 따른 오랜 서방 제재로 각종 최신 보안 장비가 부족한 데다 하니야가 정부 안가(安家)에서 암살당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정보전에서 완패했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선제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의 ‘강경파’ 군사지도자 야흐야 신와르 대신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지휘해 왔고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하니야를 암살한 건 전쟁 장기화를 통해 정치 생명 연장을 노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 하니야, 안가 밀반입된 폭탄에 암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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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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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올 4월 이란 남동부 이스파한의 군기지와 핵 시설을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석 달 후 테헤란 한복판에서 하니야도 암살됐다. 이란은 하니야 암살에 쓰인 무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니야는 미사일이나 드론이 아닌 숙소 안으로 밀반입된 폭탄이 터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탄이 밀반입된 시점은 약 2개월 전으로 보이며 원격 조종으로 폭탄이 터졌다. 하니야는 과거 테헤란 방문 때에도 이 숙소를 여러 차례 이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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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스라엘은 다양한 미사일과 드론, 폭탄 등을 이용해 이란을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란의 방공망과 보안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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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남식 국립외교원 중동아프리카연구부 교수는 “하니야, 이란 핵 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지속돼 온 암살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구축한 정보망이 얼마나 탄탄한지 보여준다”고 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스라엘이 이란 정부에 적대적인 소수민족과 반정부 성향 인사, 이란계 유대인 등을 정보 자산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하니야가 암살된 곳이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안가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안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 시설이 뚫렸다는 점 때문에 이란 전체가 이번 사태를 ‘정보 참사’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 네타냐후 의도는 ‘집권 연장’과 ‘휴전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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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배경으로는 집권 연장 및 휴전 무산 의도가 거론된다. 성 교수는 “하니야가 주도했던 휴전 협상이 타결됐다면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모두 강경파만 남으면서 극한 대결을 조성해 정치 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네타냐후 총리가 노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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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교수는 “국제사회에 ‘하마스와 휴전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온건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회복을 검토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양측 모두 전면전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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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당한 하마스 지도자를 위한 기도를 주도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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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전면전에 나설 여력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인 교수는 “하마스와의 전쟁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는데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최장기 전쟁”이라며 “비용 측면에서 추가 전쟁이 쉽지 않다”고 봤다. 성 교수 역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도 최대한 피하려는 게 이스라엘의 속내”라며 전면전 시 민간인 피해를 감안했을 때 양측 모두 감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이란이 과거처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무장단체를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센터장은 이란이 보복하더라도 공격 정보를 사전에 흘려 ‘보복 모양새’는 갖추되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 대비할 시간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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