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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서 하니예 장례식 거행.. “라이시 전 대통령과 같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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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하니예, 숙소에 설치된 폭탄 원격 폭발로 사망”

조선일보

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장례식에서 시민들이 하니예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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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지난달 31일 암살당한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이 1일 테헤란에서 거행됐다. 국영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테헤란대 인근에서 치른 장례식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칼릴 알하야 하마스 대변인 등 이란·팔레스타인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하메네이 장례 기도가 끝나고 테헤란대에서 아자디공원까지 이어진 약 5㎞ 거리의 운구 길엔 하니예 사진과 이란·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시민이 운집해 발 디딜 틈 없었다고 알자지라 등은 보도했다. 한편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이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하니예가 머문 건물에 약 두 달 전 밀반입된 폭발물에 의해 암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메네이는 앞서 2020년 1월 미군에게 암살당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지난 5월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 등 국내 고위 인사들의 장례식을 집전한 바 있지만, 타국 인사의 장례식을 직접 챙기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파드 이자디 테헤란대 교수는 알자지라에 “이란은 하니예의 죽음을 애도하고자 라이시 전 대통령과 거의 같이 대우해 주고 있다. 역사책에 남을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러 방문한 하마스 지도자가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당하자, 하메네이가 그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경고를 보내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니예는 지난달 30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찾았다가 다음 날 오전 숙소에서 살해됐다.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범죄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 우리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으로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이 우리 의무”라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하메네이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이스라엘에 직접 보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보도했다.

하니예와 함께 이란 대통령 취임식을 찾은 중동 반(反)이스라엘 연대 ‘저항의 축’ 지도부도 이스라엘을 향한 경고 수위를 높이면서 중동 전쟁 확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예멘의 이슬람 무장 단체 후티 지도자인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는 지난달 31일 X(옛 트위터)에 “그(하니예)를 표적으로 삼은 건 악랄한 테러리스트 범죄”라고 했다. 레바논 이슬람 무장 정파이자 최근 이스라엘과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헤즈볼라도 성명에서 “하니예의 죽음으로 이스라엘에 맞선 우리의 저항은 더욱 단호해진다”고 했다.

이란뿐 아니라 다른 이슬람권 중동 국가에서도 하니예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31일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엔 ‘무슬림(이슬람 교도)은 승리한다’는 피켓을 든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시민들이 운집해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은 하니예 암살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있다. AP는 “이스라엘은 모사드(해외 정보기관)의 암살 작전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이란이라는 악의 축과 실존적 전쟁 중”이라며 “어려운 날이 다가오지만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니예 암살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 정세가 격변하고 특히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과 전면전을 치를 위기가 고조됐음을 시인한 것이다.

조선일보

암살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머물다가 지난달 31일 암살당한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건물. 외벽 한쪽이 붕괴되고 가림막이 드리워져 있다. 이 사진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돌았고, 뉴욕타임스가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하니예가 머물던 건물이 맞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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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한편 하니예가 사망할 때 머물던 숙소 사진을 입수했다며, 한쪽 벽이 부서져 가림막이 드리워진 테헤란 북부의 한 건물 사진을 1일 공개했다. 아울러 익명의 중동 당국자들을 인용해 하니예가 머물던 테헤란 건물에 숨겨져 있던 폭발물에 의해 암살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하니예가 묵고 있던 건물에서 폭탄이 원격으로 폭발해 하니예를 사망하게 했다. 폭발은 건물을 흔들고 창문을 깨지게 했으며 외벽을 부분적으로 붕괴하게 했다”고 전했다.

테헤란 한복판에 머무르던 하니예를 어떻게 암살했느냐를 놓곤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공중에서 미사일로 정밀 타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는데, 이와 달리 내부에 있던 폭발물에 의해 암살됐다는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헬파이어 R9X 미사일’이 하니예 암살에 투입됐다는 추측도 나왔다. R9X 미사일은 폭약이 아닌 칼날 6개가 튀어나와 목표물을 제거하는 무기로 지난 2월 미군이 헤즈볼라 사령관을 공습할 때도 쓰였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영토 기습 작전을 하니예와 함께 주도했던 하마스 군사 조직인 ‘알카삼’의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를 지난달 사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13일 데이프의 은신처 위치를 파악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을 공습했다. 당시 데이프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날 이스라엘군이 그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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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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