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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중심 바꾼다는데··· 의료계 “1·2차 병원, 환자들 준비 안돼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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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서울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토론회에서조영민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 의대 비대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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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병상수 감축 등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1·2차 병원과 환자 의료이용 행태 개선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토론회에서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과 전문의 중심병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주최하고, 강희경 비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종훈 병원정책연구원장, 조영민 서울대학교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과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인력 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2027년까지 10~15% 감축하고 중증 수술 수가를 대폭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상급종합병원은 다수의 경증 환자 대신 중증·희귀 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경증환자는 지역 내 1·2차 병원으로 전원시킬 수 있도록 전원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9월 시범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개혁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1·2차 병원으로 전원되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종한 주치의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인하대 의대 교수)은 “1·2차 병원의 (진료환경이) 좋아져야 하고, 환자를 보내는 것에 대한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3차 병원에서 환자를 보내더라도 환자들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들이 1·2차 병원에서 받은 진료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다른 방안을 강구하다가 다시 3차 병원을 찾게 될 것이라며, “환자 역량 관리 방안이 없이는 구조 개혁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교수(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는 “환자들이 중증과 희귀질환에 상급종합병원을 양보할 준비가 돼 있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 교수는 환자들의 상태가 나아져서 2차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전원시키려 하는 경우 이를 설득하기가 매우 힘든 의료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현재 시민들도 상종(상급종합병원)이 훨씬 좋은 것을 아는데, 그것을 양보할 수 있는 교육과 마인드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도 이에 동의하며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정부정책) 방향이 좋지만, 동네병원에서 가능한 질환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찾아오는 것을 두고 사회교육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수를 감축하고, 전문의를 더 채용하는 과정에 들어갈 재정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조영민 실장은 “중증 환자 수가를 올리거나 응급진료 보상, 전문의와 간호사 당직 수가 신설 등은 합리적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병상수를 대폭 감축했을 때 상급종합병원의 재정적 손실을 수가인상으로 다 보전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을 표했다.

하 교수는 “매우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서 전공의를 값싸게 오랫동안 일을 시켜서 병원을 유지해 왔는데, 그들을 고임금의 전공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바꾼다면 훨씬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며 “경증환자를 줄이게 됨으로써 (병원에)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병원에 돌려줄 수 있을 정도의 재원이 될까”라고 말했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이같은 정부의 구조전환이 소위 ‘기피과’라고 불리는 필수의료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 기피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전무하고, 5~10년 뒤에 교수님들이 은퇴하면 전문의가 없어지는데 이런 시급한 상황은 그대로 두고 진행되는 것이 의료개혁인가 궁금하다”라고 비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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