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로금 200만원 요구'에는 적극 해명
"국회·시민사회와 연대해 전선 넓힐 것"
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임금 협상 결렬과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팻말을 들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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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이 파업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노동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삼노는 2020년 이 회장이 선언한 '무노조 경영 철폐'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를 무시하는 삼성전자는 미래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협상 결렬 '파업 위로금 200만 원' 요구 진실은
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손우목 전삼노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전삼노는 이 회장이 파업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신용주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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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같은 달 29일부터 3일간 사측과 임금협상을 위한 끝장 교섭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노조가 파업 위로금 성격으로 200만 원 상당의 패밀리넷(임직원 대상 삼정전자 제품 구매 사이트) 포인트 지급을 요구해 협상이 깨졌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보는 분석도 나왔다.
전삼노는 이날 패밀리넷 포인트 200만 원 요구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현재 교섭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치 임금교섭"이라며 "현장 복귀 조건으로 노조가 제시했던 다른 사안들은 일단 접어두고 패밀리넷 포인트라도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치 임금협상에서 자사 제품 구매 포인트로 200만 원을 요구한 것이 과하냐"고 반문하며 "패밀리넷 사용금액은 결국 삼성으로 돌아가는 건데 사측이 이것조차 거부했다"고 날을 세웠다.
앞선 교섭에서 전삼노는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노조원 대상 0.5% 임금 추가 인상 △파업에 따른 노조원의 경제적 손실 보상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 총회 8시간 등 유급 노조활동 보장 △전 직원 여가포인트(패밀리넷 포인트) 50만 원 지급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2024년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삼노 핵심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사측의 유급 노조활동 보장 제안은 노조의 창립휴가 요구에 대한 협상안으로 노조가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원 임금 추가 인상 건을 두고 노조 요구와 사측이 대안으로 내놓은 전 직원 여가포인트 50만 원 지급 안이 팽팽히 맞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이 먼저 임금 인상 대신 패밀리넷 50만 포인트를 제시했다"며 "노조는 처음에 250만 원을 요구했다가 200만 원으로 낮췄지만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회·시민단체와 연대"…전선 넓히는 노조
삼성전자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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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노는 교섭 결렬에 따라 총파업을 지속하면서 투쟁 전선을 넓힌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합원 파업 참여를 확대해 현장 장악력을 높이고 쟁의 기금 마련에 나선다. 또 시민사회단체와 인권단체, 학계, 국회 등과 연대해 그룹 오너인 이 회장을 더욱 압박하기로 했다. 손우목 위원장은 "삼성의 위기 앞에서 이 회장은 아무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며 "본인이 했던 무노조 경영 철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투쟁 일정도 내놨다.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과 연대 계획을 밝힌다. 이달 4일로 종료되는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다시 획득하기 위해 다른 노조들과 협의할 계획이다. 회사를 상대로 집단 산업재해 소송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반도체 8인치 생산라인의 여성 노동자 여럿이 작업 과정에서 손가락 장애 등을 입었음에도 회사가 이를 은폐했다는 게 노조가 주장하는 소송 추진 이유다. 아울러 "일부 부사장, 파트장 등 관리직 임직원들이 파업 참여 노조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법정 공방전까지 시작할 경우 이번 파업 사태는 더욱 꼬일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노조의 조합원 탄압 주장에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고, 블랙리스트 작성 주장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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