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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외국인 현장반장' 나온 조선소…슈퍼사이클 일감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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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달러박스의 귀환④

[편집자주] 선박 건조 가격이 사상 최고였던 2008년 수준으로 뛴다. 고부가 선박으로 이미 도크를 채운 조선소가 가격을 주도한다. 이제 급한쪽은 선박을 구해야 할 선주다. 공급자 우위인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의 도래는 2분기 조선소들의 실적 도약으로 확인됐다. 3년 뒤에 해운 탄소세가 부과되면 조선소가 '갑'인 '슈퍼사이클' 기간은 더 길어진다. 조선업이 천정부지인 배값에 건조물량을 쓸어 담아 '달러박스'로 통하던 시기가 15년 만에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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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외국인 근로자 현황/그래픽=이지혜


초호황을 맞은 한국 조선업계의 사실상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인력난'이었다. 조선업은 현장 근로자들의 일이 고되지만 임금, 복지 등 처우가 타업종 대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동안 인력은 반도체, 전기·전자, 자동차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산업으로 향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9만3038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던 2014년(20만34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상황에서 2027년 국내 조선업에 약 13만명의 인력이 필요하단 관측까지 나왔다. 이미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인력은 지금보다 4만명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을 많이 따내도 배 만드는 인력이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단 우려가 커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외국인을 고용해 인력난에 대응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외국인 근로자는 총 1만7900명이다. 국내 조선업 종사자의 19% 수준이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조선업에 신규 채용된 생산인력의 86%가 외국인이다. 하지만 일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작업 숙련도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고, 현장에서 소통문제가 벌어질 수 있단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인력 고용'은 국내 조선소가 인력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단기간 내 인간이 하는 일을 기계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고난이도 용접 등 로봇이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도 있다.

조선사들은 외국인 인력의 빠른 안착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HD한국조선해양은 8개 국어 통역사가 상주하는 외국인지원센터를 2022년부터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조선업 맞춤형 'AI 번역 기술'을 개발했다. 업계 전문용어를 일반 번역기가 해석하지 못하면서 업무효율성 관련 고충이 생기자, 직접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기술을 연말까지 모든 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외국인 근로자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기술도 추가 개발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전문 통번역이 가능한 코디네이터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에 안전교육, 전문용어 이해 제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용접 작업을 할 때 지켜야하는 필수 10가지 항목에 대해 그림문자를 만들었다. 삼성중공업은 외국인 근로자에 국가별로 맞춤 식단, 종교활동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 3사의 노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근로자들도 현장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모습이다. 최근 HD현대중공업에서 첫 외국인 현장반장이 탄생한 게 상징적이다. 주인공은 스리랑카 출신 쿠마라씨다. 쿠마라씨는 한국인 9명을 포함해 총 28명의 작업자를 이끌고 있다. 그만큼 한국어 실력이 출중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숙련도에 따라 직종이 구분돼 있고 직무교육 등을 통해 대부분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최근 조선업계의 호실적은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현장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야드를 운영해준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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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사내협력 업체 소속 쿠마라씨가 최초로 현장 반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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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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