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가톨릭대학교 정보융합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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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전례 없는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의료 진단과 치료에서 AI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 새로운 기술들이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은 명백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데이터 보안,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둘러싼 윤리적 질문을 낳고 있다.
역사적 의료 원칙, 특히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비롯된 원칙은 현대 의료 윤리에 있어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현대 의료 윤리에서 이타성, 무해성, 자율성, 정의로 발전됐다. 이 원칙들은 임상에서의 윤리적 실천 영역뿐 아니라 새로운 의료 기술과 치료 방법이 도입될 때, 특히 AI 같은 첨단 기술이 의료 분야에 적용될 때도 여전히 중요한 원칙으로 작동해야 한다.
AI와 같은 현대의 의료 기술은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법을 개발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치료 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 보호를 엄수하겠다'는 비밀 유지 원칙은 이러한 데이터를 취급할 때 환자의 개인 정보 보호가 중요함을 상기시킨다.
데이터 사용은 환자의 기밀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호 신뢰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 데이터를 사용해 심장 질환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때 해당 데이터는 환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하며, 철저한 데이터 보안 조치를 통해 관리돼야 한다. 이는 AI 기술이 의료 정보를 처리할 때 기밀성과 신뢰를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 필수임을 의미한다.
히포크라테스 원칙은 환자에게 이익을 주고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국내 식약처 등 각종 부처에서는 AI 기술이 의료 분야에 적용될 때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AI 의료기기와 의료용 소프트웨어(SW)는 엄격한 안전성·효과성 검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이타성과 무해성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대 의료 윤리는 환자의 자율성과 정의를 중시한다. AI 기술을 의료에 통합할 때는 이러한 원칙이 설계 초기부터 고려돼야 한다. AI 시스템은 다양한 인구 통계적 배경을 가진 환자들의 데이터를 공정하게 반영해 편향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 환자와 공공이 이해하고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AI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이익이 되도록 보장하며, 그 과정에서 환자의 선택권과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의료 윤리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윤리 원칙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지켜오고 계승해왔던 원칙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부터 발전된 의료 윤리 원칙은 시대를 초월해 현대 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과 도입에서도 동일하게 명료한 윤리적 원칙을 제공하고 있다.
이 원칙들은 AI 시스템의 설계와 실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모든 환자에게 공평한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를 강조한다. 우리는 고전적인 윤리 원칙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공정한 디지털 혁신과 의료 분야의 지속적인 진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진 가톨릭대 정보융합진흥원장·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kdj922@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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