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나눔의집’ 위안부 후원금, 반환해야” 파기 환송

法 “목적과 사용처 달랐다”

경기도 광주 퇴촌면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 ‘나눔의집’ /뉴스1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후원자들이 낸 후원금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이 “후원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이 달랐다”며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권영준 대법관)는 1일 후원자 A씨가 나눔의집을 상대로 낸 후원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996년 설립된 나눔의집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운영하는 시설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쉼터를 운영했다. 나눔의집은 위안부 할머니들 및 쉼터에 대한 후원, 위안부 역사관 운영 관련 후원,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관련 후원 등을 받았다. 홈페이지에는 각 사업별로 계좌가 달리 기재돼 있었는데 A씨는 이 가운데 위안부 할머니들의 활동을 위해 월 5만원씩 약 3년간 후원했다.

그런데 2020년 나눔의집을 둘러싸고 보조금 부정 수급, 후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직원들이 “나눔의집 소장 등이 할머니들을 내세워 후원금을 모집하고 법인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에 A씨를 비롯한 후원자 20여 명은 후원금 반환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법원은 “A씨 등이 낸 후원금이 후원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그와 양립 가능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도 이와 동일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후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고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자신의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돼 왔거나 앞으로도 피해자 지원에 사용될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눔의집이 모집한 대부분의 후원금이 (다른)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다는 것은 후원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나눔의집 후원 목적과 후원금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A씨는 후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소송에는 당초 23명이 참여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하면서 A씨만 혼자 남아 상고심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과 별개로 나눔의집 보조금 부정 수급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소장 안모씨는 작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한편,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상고심 재판 중이다. 정의연 후원자들이 2020년 윤 전 의원과 정의연을 상대로 낸 2건의 후원금 반환 소송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서부지법 1심에서 계류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대법원 판결이 윤 전 의원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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