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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눈앞 흑인 두고…"해리스, 흑인 맞아?" 트럼프의 뜬금없는 인종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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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다시금 인종주의 공격으로 '가짜뉴스'를 살포한다며 팩트체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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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국 흑인 언론인 협회 콘퍼런스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7.31.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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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줄곧 인도계였고, 인도사람이라는 걸 자랑해왔다"며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갑자기 흑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난 그가 흑인이 되기 전까지 흑인이란 사실을 몰랐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해리스가) 흑인으로 알려지길 원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해리스는 인도계인가요? 흑인인가요?"라고 반문하며 "난 누군가가 이것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해리스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자신의 인종을 이용한다는 뉘앙스를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캠프는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트럼프에 반발했다.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내내 그랬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흑인 언론인들에게 개인적인 공격과 모욕을 퍼부었다"며 "그가 미국을 통합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고 밝혔다. 최초의 흑인 여성 백악관 대변인인 카린 장피에르는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들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말할 권리는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역겹고 모욕적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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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시그마 감마 로' 흑인 여대생 클럽이 개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인종과 혈통에 의구심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이 "똑같은 구닥다리 쇼"라고 응수했다. 2024.07.31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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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해리스의 인신공격에 나섰다"면서 "가장 먼저 인종과 성별 문제를 논란에 중심에 두었는데, 이는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로서 해리스가 부각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해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유력 대선 경쟁자는 박빙 차이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러면서 '조사'를 언급한 것은 과거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를 상대로 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연상시킨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며, 오바마의 출생지를 조사해야 한다며 그의 출생증명서가 거짓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ABC뉴스의 기자는 '오바마 출생지 가짜뉴스' 사례를 언급하며 "흑인에 대한 차별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을 해 온 트럼프를 흑인 유권자들이 왜 지지해야 하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는 "끔찍한 질문을 했다","가짜뉴스 방송"이라며 막말을 퍼붓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초대된 자리가 흑인 언론인 협회라는 걸 의식한 듯, 자신이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로 "흑인 인구를 위한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해리스 공격 발언에 대한 사실 검증에 나섰다. NYT는 "해리스는 꾸준히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솔직히 공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계 미국인 어머니와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면서 양쪽의 정체성을 모두 받아들였다. 흑인 기관인 하워드 대학교를 나왔고, 흑인 대학 여성을 위해 설립된 미국 최초의 여학생 친목 단체인 '알파카파알파'에도 가입했다. 또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헤이스팅 로스쿨에 다닐 땐, 흑인 법 학생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 해리스는 2019년 낸 자서전에서 "가족들이 나와 여동생에게 남아시아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었지만, 나의 어머니는 본인이 흑인 딸을 키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고 적었다.

언론들도 수십년간 그를 흑인으로 칭했다. 1999년 해리스가 샌프란시스코의 지방 검사 보조원이었던 시절, LA타임스 기사는 "자유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검사"라고 명명했다. 2010년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 선거에 출마했을 때, 언론들은 대부분 해리스를 '여성 오바마'라고 비유했다. 당시 해리스의 선거캠프 홈페이지는 그를 "캘리포니아에서 법무부 장관이 될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자 최초의 남아시아계 여성"이라고 적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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