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를 받는 백모(37)씨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1시 15분쯤부터 10여분 동안 진행됐다. 백씨는 대기하는 동안 “긴장된다”며 화장실을 두 차례 갔다고 한다. 심사 중엔 “백씨에게서 망상 증세가 보인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또 법원은 백씨의 마약 검사에 필요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했다. 백씨는 앞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마약 간이시약검사를 거부했다.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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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법원 출구로 나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백씨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나라를 팔아먹는 김건희 (여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이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고 답했다. 또 “유가족에게 죄송한 마음이 없냐”는 질문엔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백씨가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지만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도착한 백씨는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은 없습니까”라는 취재진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미행한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냐”는 질문엔 “네”라고 답했고, “마약 검사를 왜 거부했냐”는 질문엔 “비밀 스파이들 때문에 안 했다”고 했다. 직장 상사와의 불화로 대기업에서 퇴사했고 평소 도검을 들고 다녔다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대해선 부인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 은평구 소재의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총 105㎝)인 일본도를 휘둘러 A씨(43)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담배를 피우러 나온 A씨에게 여러 차례 칼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3학년과 4세 두 아들을 둔 가장인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백씨는 A씨와는 얼굴만 아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백씨 사건으로 도검 소지 허가 규제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포 소지 허가의 경우 신체 검사서와 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서 등을 제출해야 하지만, 도검류는 운전면허증으로 대체할 수 있다. 백씨는 지난 1월 호신‧장식 목적으로 신고했고, 경찰은 백씨의 정신질환 이력이 없어 도검 소지를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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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우려에 이날 경찰청은 도검 소지자를 전수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달에 전체 도검 8만 2641정의 소지자를 조사해 허가가 적정했는지 확인한다. 그동안 도검은 소지 허가 이후 갱신이 필요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은 허가 뒤 소지자가 범죄 경력이 생길 경우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또 가정폭력이 발생하거나 관할 관서의 위험하다는 판단이 있다면 소지자에게 정신 건강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허가 여부를 다시 심의할 계획이다.
도검 신규 소지 허가 절차도 강화한다. 운전면허증 뿐 아니라 신청자에 대한 112 신고 내역 등을 종합해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담당자가 신청자를 직접 면담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면허증을 통해 정신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순 있지만, 발급 기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총포와 같이 신고 시점에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총포화약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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