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참사’ 가해자 풀액셀 밟았다…인도 덮칠 땐 시속 107㎞

지난달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북창동 음식거리 인근 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을 놓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달 1일 서울 도심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운전자 차아무개(68)씨가 사고 당시 이른바 ‘풀액셀’을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차씨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가드레일 쪽으로 차를 몰았다가 인도로 돌진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오전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차장 출구 7~8m 전에 이르러 ‘우두두’ 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지며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날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내놓은 수사 결과를 보면, 차량의 가속 장치와 제동 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동차사고기록장치(EDR)에는 제동 페달이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사고 발생 때까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으며, 폐회로티브이(CCTV)와 목격 차량 블랙박스 등에서도 제동등 점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차씨가 실제 브레이크를 밟은 시점은 일방통행로를 지나 교차로에서 베엠베(BMW) 차량을 들이받은 뒤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가해 차량의) 가속 페달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며 “99% 변위량이란 것은 풀액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차씨가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강하게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었다는 의미다. 차씨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 남겨진 자국이 가속 페달과 같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인도로 돌진한 이유에 대해 “(보행자 보호용) 울타리에 부딪치면 속도가 줄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던 순간 최고 속력은 시속 107㎞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시청역 역주행 참사’는 지난달 1일 밤 9시26분께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던 차씨가 갑자기 맞은편 일방통행로를 급가속으로 역주행하면서 벌어졌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차씨와 동승자인 차씨 아내를 포함해 7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날 오전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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