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졸업만 하면 삼성·SK맨"…내년부터 반도체 계약학과 40여명 정규직 입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5년은 'K-반도체 계약학과' 정규직 사실상 원년

군휴학 고려 2030년 이후 年500여명 정규직 확보

실습교육 강화에 사활…공정·소자·설계 기본기 다져

내년부터 고려대 계약학과 졸업생들은 SK하이닉스에, 연세대 계약학과 졸업생들은 삼성전자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반도체 소자와 설계 등 반도체 실무에 필요한 이론과 실습 경험을 쌓은 공학 인재들이 두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이다. 2030년부터는 매년 약 500명의 반도체 계약학과 졸업생들이 이들 회사에 입사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채용연계형 반도체 계약학과가 경쟁사나 다른 업종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2020년 4월10일 정진택 당시 고려대 총장(오른쪽)과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 사장이 '반도체공학과 협약식'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고려대]


1일 반도체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와,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2021학번 학생들이 내년 2월 졸업 후 각각 해당 회사에 입사할 예정이다.

고려대에서는 입대 및 휴학생을 제외한 9명이 내년 2월 졸업한다. 연세대는 졸업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 입학 정원이 고려대(연 30명)보다 약 3배 많은 100명임을 감안할 때, 약 30명이 내년 초 삼성전자에 정규직으로 입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부터 삼성전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운영해 온 성균관대의 학과 개설 후 졸업생 누적 취업률은 86%였다. 군 입대 남학생과 휴학생이 다수 포함된 고려대와 연세대의 계약학과 1회 졸업생 졸업률은 성균관대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신설된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1회 졸업생 100명이 배출되며, 이들은 이르면 2028년 초, 늦어도 2030년께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채용 연계형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10개 학교에서 매년 510명의 학생을 입학 정원으로 두고 있으며, 2030년 이후 매년 약 500명의 학부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활성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비메모리 소자 설계와 관련된 이론 및 실습 경험을 갖춘 공학 인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인재들이 입사 후 즉시 실적을 낼 것이라기보다는, 해외 업체나 다른 산업(IT·중화학 등)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학과 협력해 졸업 후 일정 기간 이직을 제한하는 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공대(포스텍)에 따르면 삼성전자 장학금을 받은 학부생의 의무 근무 기간은 장학금 수혜 기간의 2배에 해당한다.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통상 4년제로 운영되며, UNIST, DGIST, GIST의 경우 5년제로 운영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8학기 동안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등 여러 학교에 학업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의 계약학과 학생들(연간 100명)에게 학비 전액과 학비 보조금, 우수생 장학금 등을 제공한다. 졸업 후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은 경우 학부 시절 받은 지원금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경제

최근 대학들이 학부생 실습 교육을 강화하는 점도 기업에는 긍정적이다. 고려대는 2021학번부터 대학원생의 연구 실습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규 수업 과정을 4학년 1·2학기에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학들은 학사용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교육 과정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MPW는 한 웨이퍼에서 여러 종류의 칩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는 과정이다. 한양대, 고려대, 서강대 등 SK하이닉스와 계약을 맺은 3개 대학은 MPW 수업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MPW 프로그램과 학점 교환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한양대의 경우 3학년부터 반도체 소자를 직접 만드는 수업을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다만 TSMC, 인텔 등 해외 산학협력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국내 반도체 교육은 다양성과 깊이 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TSMC는 다양한 대학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스탠퍼드), 저전력 컴퓨팅(버클리), 3D 시스템 패키징(조지아공대), 인공지능(AI) 하드웨어(MIT), 5세대(5G) 이동통신(일리노이), 노광장비(EUV) 실습(칭화대) 등 여러 분야를 다룬다. 인텔은 오하이오주 센트럴 주립대에서 학부 수준의 미세 제작 및 반도체 시뮬레이션 연구,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 부전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부생들에게 특정 분야에 국한된 교육보다는 메모리·비메모리 공정, 소자, 설계 등 기본적인 내용을 두루 교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포괄적인 교육은 학생들이 프로 엔지니어가 됐을 때, 배운 이론을 차세대 기술에 폭넓게 적용하고, 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전용 공정만 배운 학생은 '반쪽짜리'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자기가 만든 공정이 어느 소자에 특화됐는지 정도는 이해해야 차세대 기술에 더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취업해도 평생 한 분야에서 일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공정 엔지니어가 회로 디자이너, 소재 개발자 등으로 경력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학부 때 다양한 분야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면 시야가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