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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목숨 앗아간 일본도, '장식용'으로 허가…도검 관리 곳곳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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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 소지 허가, 총포보다 쉬워…갱신 의무 없어 사후관리 미흡

전문가 "제도 개선과 함께 중장기적 대책 마련해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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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수 장시온 기자 =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에서 30대 남성이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도검류 관리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범행에 사용된 일본도가 '장식용'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분류 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도검 소지 허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주기적으로 허가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도 사후 점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총포의 소지 허가를 받은 자에 대하여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3년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도검(칼날 길이 15㎝ 이상)의 경우 별도의 갱신 규정이 없다. 한번 허가를 받는다면 사실상 영구적으로 소지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심신상실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뇌전증 환자 등은 이를 소유할 수 없다. 아울러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 또는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도검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도검류의 경우 총포와 비교해 소지 허가를 받기가 쉽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A 씨의 경우 올해 초 관할서로부터 도검 소지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A 씨는 도검 소지 허가를 받는데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의미다.

주목할 사실은 A 씨가 관할서에 '장식용'으로 신고하고 허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장식용이라고 할지라도 신고해야 하는 도검의 경우 모두 날이 서 있다. 장식용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무서운 흉기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잠재적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도검 소지 허가는 총포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다.

총포 소지 허가의 경우 신체검사서와 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기준이 엄격하다. 반면 도검류는 정신질환 진단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운전면허증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신체검사서만 제출하면 된다.

'사후관리'도 문제다. 총포와 달리 도검류는 갱신 의무가 없고, 이후 소지자의 '결격사유'를 알아낼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도검 일제 점검을 매년 6~8월 시행 중이다. 그러나 1996∼2000년 허가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실제 이번 사건의 피의자 A 씨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도검류 관련 규제가 허술하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김용판 전 국민의 힘 의원 등이 도검소지자의 갱신 의무를 포함한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도검 소지 허가 갱신제를 도입하고 소지자에 대한 모니터링도 꼼꼼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운전면허도 갱신 기간이 있는데 도검 소지는 그런 제도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정신질환이 발병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도검 소지자가 작은 범죄라 연루될 경우 경찰이 바로 이에 대응하고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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