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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김병기 ‘필향만리’] 空空如也(공공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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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중국어의 ‘콩콩루예(kōng kōng rú yě)’는 『논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자로 쓰면 ‘空空如也(공공여야)’이다. ‘공(空:빌 공)’은 ‘텅 비었다’는 뜻이고, ‘여야(如也)’는 형용사나 부사 혹은 동사 뒤에 붙여 우리말로 치자면 ‘~한 듯이’, ‘~한 것처럼’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공공여야’는 ‘텅 빈 듯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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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 빌 공 如: 같을 여. 텅 빈 듯이. 25x72㎝.


공자는 설령 머리가 ‘공공여야’ 즉 ‘텅 빈’ 사람이라도 질문을 해오면, 묻는 내용의 처음과 끝을 들어서 소상하게 설명해 주곤 하였다. 참된 교육자의 태도다. 교육자는 깊고 넓은 실력도 있어야 하고, 열심히 가르치고자 하는 성실성과 열정도 있어야 한다. 공부를 좀 못하는 말썽꾸러기라도 진심과 성실로 가르치면 결국 선생님을 따라온다. 그런데, 요즘엔 선생님들이 진심과 성실을 발휘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선생님 탓인 경우도 있겠지만, 학부모의 등쌀과 그런 학부모의 조종을 받는 학생의 무례함에 기가 질려서 아예 진심과 성실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학생보다 학부모 교육이 더 시급한 상황인 것 같다. 잘난 체 설칠 뿐 실제로는 ‘공공여야’인 학부모가 자중해야 교육이 제대로 서게 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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