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금리 올렸다, 수퍼엔저에 손든 일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우에다 BOJ 총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1일 일본 중앙은행(BOJ)이 정책금리를 0.25%로 ‘깜짝 인상’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0.3% 전후)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금리다. 시장에선 예상보다 빠른 7월 인상을 택한 것은 38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엔화’의 위상 살리기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한다.

BOJ는 7월 30~31일 이틀간 열린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지 네 달 만에 추가 금리 인상이다. 특히 2008년 12월(0.3% 전후) 이후 15년 7개월 만의 최고 금리다.

이날 BOJ는 월 6조엔(약 54조원) 규모의 국채매입 규모를 2026년 1분기(1~3월)에는 3조엔(약 27조원)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매 분기 약 4000억엔(약 3조6000억원) 규모를 순차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제 BOJ가 ‘양적 긴축’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BOJ가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확인하면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7개월 연속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면서 4월(2.2%)과 5월(2.5%)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봄철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0%로 지난해(3.58%)보다 1.52%포인트 올라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BOJ의 ‘깜짝 인상’엔 역사적인 엔저(低) 현상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엔저 현상은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에너지 가격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가계 부담을 키웠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신임 재무관은 지난달 30일 “최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의 ‘인상’ 압박도 적지 않았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22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단계적인 금리 인상을 촉구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앞으로도 물가 목표 2%가 안정·지속적으로 실현된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금융 완화의 강도 조절도 있을 수 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 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선 급격한 금리 상승이 부담이 될 수 있다.

BOJ 결정 이후 엔화가치는 뛰었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OJ 금리인상 발표 직후 엔화값은 1달러당 151.68엔까지 뛰었다. 엔화값에 동조화 경향이 있는 원화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달러 대비 8.8원 오른(환율 하락) 1376.5원을 기록했다. 한 달 반 만에 가장 높다.

그동안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일본 회귀도 예상된다. WSJ는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 투자 흐름 패턴이 바뀔 수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약 4조 달러에 이르는 일본 가계와 기업의 해외투자 포트폴리오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효정·곽재민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