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오른쪽부터)이 31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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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2인 의결 체제'를 회복했다.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자진 사퇴한 지 닷새 만에 상임위원 0명에서 최소 의결 요건(2인)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날 오전 9시 무렵 임명되자마자 곧바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한 이진숙 위원장은 첫 업무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방통위원장직을 둘러싸고 정국이 '무한 탄핵'의 굴레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오후 5시부터 비공개로 두 시간가량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임명부터 안건 의결까지 불과 10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회의에선 △방통위 부위원장 호선 △위원 기피 신청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 후보자 선정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임원 임명에 관한 안건 등 총 4건이 처리됐다.
이날 방통위는 KBS 이사 7명을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 6명을 선임했다. KBS 이사 명단에는 권순범 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현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 7명이 이름을 올렸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문진 이사 명단에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이 포함됐다.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바로 임명했다. 방문진 감사로는 성보영 쿠무다SV 대표이사가 임명됐다. 이날 KBS와 방문진 모두 여권 추천 이사에 대해서만 의결이 이뤄졌다. 방통위는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야권에서 후임을 추천하지 않으면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연장된다. 두 이사회 모두 여권 추천 이사들과 임기 연장 이사들만으로 회의는 소집할 수 있다.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8월 중 방송사 사장 교체를 비롯한 주요 안건 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진숙 위원장은 오전 11시에 열린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며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과 미디어의 공영성·공정성을 재정립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메시지는 취임 첫날 새로운 방문진 이사진 구성에 이어 조만간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교체해 공영방송 정상화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절차에 들어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1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 위원장 탄핵안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안건을 의결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1일 오전 발의 후 본회의에서 보고가 이뤄지면, 2일 표결이 진행될 수 있다. 이 위원장의 임기 시작 이틀 만에 탄핵이 추진되는 셈이다.
한편 야당이 탄핵 발의를 할 경우 이 위원장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처럼 자진 사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탄핵안을 받고 직무 정지가 되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이 위원장 체제에서 새로운 방문진 이사가 선임되면서 MBC 사장 교체는 방통위와 상관없이 새 방문진 이사진이 진행하게 된다. 나아가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 선임 의결을 한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두 전임 위원장의 희생과 여러분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위원장으로서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전직 위원장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헌재 결정까지는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방통위 안팎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김대기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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