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보리 결의 완전 준수해야"…"남중국해 항행·비행 자유 중요성 재확인"
2024 아세안지역안보포럼 |
(하노이·서울=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김지연 기자 =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장관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시험·발사 급증을 우려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모두 포함된 ARF의 의장성명에는 그러나 북러 불법 협력을 규탄하는 메시지는 예상대로 담기지 않았다.
ARF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 종료 사흘 만인 지난 30일 늦게 발표한 의장성명에서 "이번 회의는 최근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비핵화된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국 간 평화적인 대화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ICBM·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급증하고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데 대해 많은 장관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며 이는 "역내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작년 성명엔 빠졌던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준수 촉구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분야 등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성명은 "많은 장관은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북한에 촉구하고 관련 당사자들 간 평화로운 대화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장관은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요구하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평화적 방식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주목했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반발하는 CVID 표현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ARF의장성명에 들어갔다.
성명은 또 "모든 관련 당사자의 평화적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을 포함, 외교적 노력이 계속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메시지가 이번 성명 문안에 반영되도록 외교전을 펼쳐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북한과 러시아가 모두 포함된 ARF 회의체 구조상 특정 당사자간 협력 문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는 애초부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성명 발표 전 "(북러 군사협력은) 비판받는 당사자 간 협력에 관한 문제니 아마 반대가 심할 것"이라며 관련 문안이 반영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균형·중립 외교를 추구하는 아세안 중에선 북한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 적지 않고, 의장성명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의장국 라오스도 친북 성향이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그해 의장국이 회원국 의견 취합을 거쳐 회의에서 나온 논의를 포괄하는 의장성명 작성을 주도한다. 이 과정에서 각국이 자신의 입장을 문안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물밑 외교전'을 펼친다.
한편 북한의 도발 고조 상황을 우려하는 등 내용의 주체가 작년엔 단결된 느낌을 주는 '회의(the meeting)'였던 반면, 올해엔 '장관 상당수(many ministers)'여서 이에 반대하는 회원국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ARF 참석한 리영철 대사 |
성명은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남중국해에서 평화·안보·안정·안전, 그리고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해 보편적으로 인정된 국제법 원칙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성명은 가자지구의 끔찍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여성·어린이 등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에 대한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리가 결의를 통해 제시한 휴전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모든 관련 당사자에게 촉구하고, 아시아인 23명과 여성·어린이·환자·노인이 포함된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또 국제법과 관련 유엔 안보리·총회 결의안들에 부합하는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개별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을 실현할 목적으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은 미얀마 내전에 대해서는 "민간인과 공공시설에 대한 계속되는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무차별적인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자에게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은 이밖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주권, 정치적 독립성,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한다는 뜻을 재확인하고 유엔 헌장·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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