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순위, 긴장을 낮추는 것”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에서 피살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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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대립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가 이란에서 피살됐다. 이란은 즉각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긴급 소집, 보복을 천명했다. 휴전 협상이 이어져 온 중동 정세가 다시금 격랑 속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복수의 외신은 이란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란의 국내외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SNSC가 이스마엘 하니예 암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SNSC를 직접 소집, 관저에서 회의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의에서 하마스 암살에 대응하는 이란의 전략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혁명수비대 고위급 인사는 NYT를 통해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를 겨냥한 공격이 일어난 것은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반응했다.
이날 하마스는 “정치국 최고 지도자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피살됐다”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 역시 성명을 통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하니예가 이 이스라엘의 급습으로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라고 발표했다. 사망 원인은 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하니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다. 수십 년간 하마스를 이끌어온 것은 물론 이스라엘과 휴전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62세인 그는 가자지구 난민촌에서 태어나 1980년대 말 ‘반이스라엘 독립투쟁’에 뛰어들었다. 하마스에 합류한 게 이 때다. 2006년에는 가자지구 총리 자리에, 이듬해인 2007년에는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하마스의 지도자에 올라섰다.
하니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분쟁 국면마다 협상 역을 맡았다. 지난 2021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11일 전쟁’ 이후 이집트의 중재로 진행된 휴전 협상에 직접 관여했다.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진행된 휴전 협상에서도 하마스를 대표했다.
하니예 피살의 배후로 현재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하마스의 지도부를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마스 정치국의 고위 인사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비겁한 그들(이스라엘)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도 "우리는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지명)를 해방하기 위한 전면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하니예 피살 직후 이스라엘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반면, 미국은 “전쟁을 피하지 않겠지만 우선 순위는 긴장 완화”라는 입장을 잇달아 내놨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하니예 피살과 관련해 “중동에서 전쟁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함께 필리핀을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라며 “이스라엘이 공격당한다면 이스라엘 방어를 계속 돕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태 확산을 우려해 “우선순위는 긴장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투데이/김준형 기자 (junio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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