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벼락 거지' 트라우마에 수백 개 개혁과제부터 제시한 중국 [스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경제를 보는 색(色)다른 시선 ⑨] 중국 3중전, 마음이 아픈데 300군데 "가죽을 벗기겠다(改革)"니 실망이지 (글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년간 '300개 개혁'... 혁명보다는 심리 치료가 필요한데

5년에 한 번 열리는 회의를 통상보다 1년을 지각하고 6년 만에 열린 중국의 '20기 3중전회의'가 끝났다. 9,919만 명의 당원이 있는 중국은 205명의 대표자, 중앙위원을 뽑아 5년에 7번 전체회의를 한다. 그래서 '20기 3중전회의'라는 말을 쓴다. 7번 회의 중 1, 2중전회의는 주석을 포함한 당과 정부 인사의 인사를 하는 회의이고 3중전회의는 5년간 경제 정책의 방향과 기조를 정하는 회의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과 경제전쟁 중에 있고 코로나 발생 4년 만에 열리는 회의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특히 코로나 종식 이후 중국이 화끈하게 경제가 반등하리라는 중국 내외의 기대와는 달리 회복 속도가 지지부진하자 중국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번 3중전에서 파격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회의 종료 후 나온 2만여 자의 결정문은 매우 추상적인 단어로 일관했다.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이 키워드였다. 3중전의 회의에서 결정한 총 60개 조항, 300여 개 개혁과제의 나열이 있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전쟁 이후 모든 정부정책 문서는 점점 추상화되어 가고 있다. 2만여 페이지의 정부 5년 계획에 그 흔한 도표 하나가 없다. 그간 중국이 수많은 계획 자료를 자랑스럽게 냈다가 미국에 빌미를 잡혀 사사건건 당하다 보니 책 잡힐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표의문자이고 행간에 의미를 심는다. 이번 3중전과 18대 3중전의 키워드를 비교하면 정부의 변화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19대 3중전은 정치 개혁이 깊이 들어가 있어서 18대와 비교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키워드는 개혁이고 18대보다 빈도수가 많은 키워드는 '안전, 교육, 리스크, 국방'이다. 미국과 전쟁 중인 중국의 고민이 그리고 해법이 눈에 보인다. 중국의 수많은 당면과제는 300여 개이고 이를 개혁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국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미국의 기술 봉쇄에는 국산화로 대응하되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재 양성을 꼽은 것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건 내전인데 미중의 외부와의 전쟁 중에 중국 내부적인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치, 금융, 경제, 사회 전 분야에 불안 요소가 나타나지 않게 사전에 준비 통제한다는 것이다. 대만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의 대만 지원을 감안하면 중국의 절대적인 국방력의 강화도 빠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3중전 결정문은 모호한 추상적 표현들로 가득하다. '중국식 현대화로 강대국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추진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며 질 높은 발전을 촉진한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시진핑 주석이 2023년 9월 언급하고 3월 양회의에서 강조해 온 '신품질생산력(新质生产力)'을 자세히 설명하며 차세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항공·우주, 신에너지, 신재료, 첨단 장비, 생물·의약, 양자 과학·기술 등을 '전략 산업'으로 명시했다.

'신품질생산력(新质生产力)'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 교육과 인재가 필수이고 이는 중국식 현대화의 기본이라며 교육 개혁, 과학기술 시스템 개혁도 강조했다. 그간 국유 기업 강화에 밀렸던 고용, 세수, 기술, 부가가치, 기업 수에서 중요한 '5689 산업'이라는 민간 분야에 대한 지원 강화 조치도 언급했다.

공유제경제와 비(非) 공유제경제의 공동발전은 '절대 흔들릴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보장이고 비(非) 공유제 경제 발전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면서 '민영경제촉진법' 제정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또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고 인프라 경쟁 영역을 민영 기업에 공평하게 개방하고 총 요소생산성을 올리는 데 저해가 되는 생산요소 접근에 방해가 되는 지역적 규제와 장벽을 철거해 '전국통일 대시장' 건설도 하고 유능한 민영 기업에는 국유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중대기술 개발 임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해 민영 기업 금융 지원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사회주의 공유제도의 특성상 GDP에서 비중이 60-70%를 차지하는 에너지·철도·통신·수자원·공공사업 등 국유 기업은 시장화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외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으로 시장 정보 공개 제도와 상업적 비밀 보호 제도 개선·구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완비, 기업 파산 제도의 개선과 개인 파산 제도의 수립 모색 등도 추진키로 했다.

개혁(改革)은 한자를 풀어 보면 '가죽을 바꾼다'는 뜻이다. 피부를 벗겨내고 다른 피부로 교체하는 수술을 하려면 엄청난 고통이 온다. 5년간 300개면 연간 60개이고 이는 월간 5개이다. 한 달에 5번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중국은 국민들과 사회에 300개의 개혁을 강요할 혁명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벼락 거지 됐다'는 거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세계 2대 경제권, 세계 최대 외환 보유고의 나라에서 세계 1, 2, 3등 하는 은행에 쌓인 예금을 꺼내 돈을 쓰게 하는 300개의 안심을 시키는 심리치료사가 필요하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먹는 것이 하늘(以食为天)'... '목구멍 신(神)' 앞에서 꼬리 내린 중국
중국은 세계 2대 경제권이고 이번 3중전에서 개혁과제를 내면서 기존 20대 당대회에서 선언했던 2035년에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이라는 정부 장기 목표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2035년 중국사회주의 현대화 달성 전인 2029년까지 이번에 제시한 300개의 개혁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언급을 했고, 2049년이 아니라 세기말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을 완성하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2029년까지 개혁 목표 달성은 시진핑의 나이와도 상관있어 보인다. 1953년생인 시진핑은 71세로 5년 뒤면 76세, 10년 뒤인 2034년은 81세이다. 역대 중국의 지도자들은 장기 집권했다. 모택동은 83세, 등소평은 93세까지 집권했고 지금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82세, 트럼프도 재집권하면 퇴임 시 82세다.

중국의 독재에 세습독재는 없었다. 시진핑 역시 딸이 하나 있지만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시진핑이 2034년까지 집권하려면 3기 집권의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따라서 5년 내 개혁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2029년을 개혁 목표 달성 기한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법보다는 주먹'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2021년부터 시진핑 3기 집권을 위한 정치 어젠다로 내건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부론(共富论)'이 쑥 들어갔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 같이 잘 살기 전에 먼저 가난해질 판에 '공부론(共富论)'은 씨알도 안 먹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인 것 같은 중국 공산당 정부도 '먹는 것이 하늘(以食为天)'이라는 '목구멍 신(神)'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민심이 무섭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시위하고 항의하는 것은 막으면 되지만 침묵하는 인민이 진짜 무섭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쟁보다 내전이 무섭다. 역대 중국의 왕조들 몰락은 대부분 외적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 농민반란이 단초가 될 정도 평소에는 무지렁이처럼 보이지만 임계치가 넘어서면 민중의 힘은 누구도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에게는 반간첩법, 내국인에게는 각종의 보안법을 동원해 사회 안전을 유지하고자 하고 특히 미중의 전쟁 이후 국가 안전을 이유로 각종 사상 통제,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누르면 누를수록 높게 튀어 오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다. 중국의 더 강해진 사회 통제는 중국의 사회 동요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의 간접 표현이다.

미국 정치도 최대 핵심은 '바보야 정치다'가 아니라 '경제다'이다.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을 잃은 자는 천하를 잃는다'는 것은 중국인의 믿음이다. 21세기 민심의 지표는 소비 심리다. 인민의 소박한, 정권에 대한 저항은 '돈이 있어도 안 쓰는 것'이다. 중국의 소비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위험신호다. 중국의 소비 심리가 코로나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시진핑 3기 정부 들어 추락 이후 상향 조짐이 없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비가 잠수를 탄 이유, '逆자산효과'의 트라우마에 빠져
소비 심리가 최악인 상황이다. 이는 2021년 이후 부동산 규제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과 주식의 시가총액이 GDP의 45%에 달하는 추락을 하면서 '역(逆) 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 말 듣고 따라가다 '벼락 거지 됐다'는 심리적 충격이 큰 마당에 정부는 다친 심리 치료는 안 해주고 300개의 개혁을 한다고 하니 실망감이 크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코로나 3년 이후 4년간 내수 부진,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디플레 느낌이 강한데, GDP 기여도가 65%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한 자릿수로 추락했고 6월에는 드디어 2%까지, 상품 소비는 1.5%까지 추락한 상태다. 투자와 수출은 잘 가고 있지만 소비가 잠수를 탄 것, 중국 경제가 회복이 느린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코로나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한 이후로 회복을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동부유'의 정치 구호에 맞춰 '공동부유의 적'이라고 하는 '부동산', '플랫폼산업', '사교육'의 3대 산업을 너무 과도하게 규제하는 바람에 소비 심리가 죽어 버렸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플랫폼기업 규제도 완화했지만 소비가 잠들어 버린 것은 근본 배경에는 자산 가격 폭락에 따른 '벼락 거지 심리'의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인플레는 빈부 격차를 확대하기 때문에 사회 불안을 야기하지만 디플레는 사회 전반에 돈이 있어도 돈을 쓰고 싶지 않게 만든다. 중국 경제 위기설의 배경은 명목 GDP가 실질 GDP를 하회하는 GDP평활지수가 마이너스를 보인 때문이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30년간 5번의 명목GDP가 실질GDP를 하회하는 위기가 있었다. 가장 긴 위기는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 시기였고 다음은 2020년 코로나 발생으로 인한 코로나 봉쇄 후유증인 2022년부터이다.

1998년에는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상황 이후 플러스로 반전했고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은 6분기 마이너스 상태였다. 그러나 그 마이너스의 절대 폭이 2022년은 1998년보다는 크지 않다. 또한 중국 경제 내외부 상황도 1998년 아시아경제위기보다 나쁘지는 않다.

중국의 이번 경기 하강은 과거의 사례를 보면 1-2분기 안에 결판날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의 3분기가 경기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정책 대응과 민간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월 정치국회의에서 나올 하반기 경기 대책에 주목
중국의 3중전은 5년 장기 계획을 하는 것이고, 2024년 하반기 경제 대책은 25명의 정치국원들이 매달 하는 정치국회의에서 논의한다. 통상 4월, 7월, 11월이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정치국회의다. 7월 25일부터 시작된 7월 정치국회의에서 2분기 내수 부진에 따른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