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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중국이 남중국해를 '21세기 화약고'로 만든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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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협 직면 동남아 국가들 美에 도움 청할 수밖에…
베트남·인니 등 미국과 동맹 강화하면 中에도 재앙"

머니투데이

[케손시티=AP/뉴시스] 12일(현지시각) 필리핀 케손시티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중국의 남중국해(서필리핀해·WPS) 영유권 주장을 무효로 하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8주년을 맞아 반중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시위대는 매년 7월 12일을 '서필리핀해의 날'로 선포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2024.07.12. /사진=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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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변국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남중국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미국과의 잠재적 대결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지도층 사이에서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미국과 경쟁이라는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적대행위와 지역적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중국해에 얽힌 국가는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다. 영역을 확장하면 미국과 한국, 일본 등도 포함된다. 중국과 대만 간 양안관계 핵심 변수가 남중국해 문제인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갈등은 군사적 충돌을 포함해 폭넓게 벌어진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천연가스, 어족자원 등의 보고이자 글로벌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해상운송로다. 중국 해군의 대양진출 관문으로 미국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사회과학원(CASS) 소속 한 연구원은 "남중국해 해상경로는 중국의 무역을 위해 계속해서 열려있어야 하며, 이는 중국의 대외지향 경제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중국해는 또 대양으로 나가는 관문인데, 이는 중국 지도부가 해군을 해안방어군에서 세계 최대 규모 함대로 전환하는 야심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넓히는 것에 미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으로선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1차 봉쇄해야 관리가 수월해진다. 중국 압박에 고심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도움을 청할 곳이 미국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요인도 있다.

마닐라 스트랫베이스ADR연구원 마리아 타나 연구원은 "중국의 침범은 필리핀과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게는 영토침해로 여겨지며, 어업과 자원추출은 해당 국가들의 경제를 위험에 빠트린다"며 "중국에 직접 도전할 군사력이 부족한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같은 동맹국들에 의지해 중국의 침략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남중국해 갈등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하는 평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종래에 대만을 통일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양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워싱턴 허드슨연구소 패트릭 크로닌 아태안보의장은 "중국은 일본 본토에서 대만, 필리핀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열도선을 미국에 대항하는 첫 번째 해상 방어선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를 위해 언제든 대만 통일 전쟁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중국의 최근 행보와 대체로 부합한다. 중국이 그간 우방으로 분류했던 나라들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건 그만큼 전략적 필요성이 높다는 뜻이다.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가치가 국가 간 역학관계까지 바꿔놓고 있다. 이미 필리핀과는 사실상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든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과도한 남중국해 영향력 행사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드니대 링빙 교수(중국법 전공)는 "중국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시절 필리핀을 놓고 미국과 벌인 외교 게임에서 비참하게 실패했고 현재 더욱 강력해진 미국-필리핀 동맹에 직면해 있다"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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