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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美 부동산 자산 압류 규모 9년 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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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탓…일각에선 바닥론 얘기도

9월로 점쳐지는 기준금리 인하 '희망'

다만 업계 어려움 상당기간 지속될 것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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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으로 부동산 자산 압류 규모가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닥에 접근했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정보 제공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을 인용해 지난 4~6월(2분기) 미국에서 압류된 사무용 건물과 아파트, 기타 상업용 부동산 규모는 205억5000만달러(약 28조4000억원)로 1분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5년 3분기(275억달러)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일상화, 고금리 장기화로 침체일로를 겪어 왔다. 과거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로 돈을 빌린 건물주들은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서 훨씬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는 부실 부동산 압류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당장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다.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힌 만큼 오는 9월 인하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손실된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회복시키지 못할 거란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너무 크게 폭락한 탓이다. 일례로 워싱턴D.C.에선 최근 다수 건물이 헐값에 팔렸는데, 보험회사 스테이트팜의 경우 최근 백악관 인근 사무용 건물을 압류해 1760만달러(약 243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건물주가 2010년에 산 값 대비 70% 할인된 수준이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압류의 증가가 부진한 시장 상황이 바닥에 다가가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WSJ는 "대출 기관이 부동산을 압류하면 통상 재빨리 매각하는데 이는 장기간 침체기를 겪은 시장에서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상업용 부동산 업계가 느끼는 고통은 장기화할 수 있다. WSJ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고 해고가 늘어나 사무공간 수요가 더 줄어들 경우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앞으로 더욱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규제당국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 시스템에 미칠 잠재적인 충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트렙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총 2조2000억달러(약 3000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 증가도 향후 압류 자산이 추가로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렙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한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의 연체율은 이달 8.11%로 2013년 11월(8.58%)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작고 금리 또한 과거 '제로(0) 금리' 시절보다 훨씬 높다 보니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과거와 달리 자산을 정리하고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경우가 늘어난 분위기다. 부동산 부문 투자은행 이스트딜 시큐어드의 니컬러스 자이덴버그 매니징 디렉터는 "이번 (침체) 사이클에선 많은 투자자가 사무용 건물의 가치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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