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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유효상 칼럼] 왜 큐텐은 무리수를 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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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지난주 초부터 국내 이커머스 4, 5위 업체인 티몬과 위메프가 동시에 상품 거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환불을 중단하면서 수천 명의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회사로 몰려가 항의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두 업체의 미정산 대금을 최소 17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했지만, 이는 지난 5월분 미정산액을 추정한 것으로, 6, 7월 판매분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조 단위로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외형적으로는 13년 만에 10배 이상 폭풍 성장을 하며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을 패닉에 빠지게 했지만, 치열한 출혈경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금난에 빠지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시장점유율이 낮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시장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발 이커머스 공세가 거세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이커머스들은 할인쿠폰을 남발하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며 출혈 마케팅을 감행했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는 다른 업체에 비해 과도하게 쿠폰을 발급하고, 당장 현금이 들어오는 상품권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했다. 지난달 결제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달 할인율을 높여 매출을 키우는, 사실상 '돌려막기'로 운영을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보다 매출을 위한 출혈 경쟁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외형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두 기업은 싱가포르에 본사들 둔 '큐텐(Qoo10)'의 자회사다. 큐텐은 2010년에 G마켓 대표이사를 지낸 구영배와 이베이가 만든 합작사로,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배송을 위한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도 설립했다.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오픈마켓이 목표이며, 취급 상품은 대부분 중국 제품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2018년 일본 사업을 이베이에 넘기고 합작관계를 청산했다. 그 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독자생존을 해야 하는 큐텐은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2022년 9월 '티몬'을 비롯하여, 작년에는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금년에도 'AK몰'을 사들이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Wish)'도 사들이며 급격하게 몸집을 키웠다. 2021년 이베이코리아 매각 입찰에도 참여했으나,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숏리스트(후보자 명단)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인수한 업체들이 하나같이 재무상태와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싱가포르 본사인 큐텐도 2019년 이후 누적 적자가 수천억 원에 달하며, 자본잠식 상태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는 2010년 창사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매년 적자 규모가 1000억 원대에 달했다. 티몬은 2022년 말 자본총계가 -6386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심지어 지난해 회계 감사보고서를 아직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위메프 역시 2022년과 지난해 영업손실이 각각 557억 원, 1025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2398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인터파크에서 쇼핑 사업 및 도서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인터파크커머스는 100억 원 이상 적자가 나고 있고, 'AK몰'은 누적손실이 1000억 원에 달했다. 위시는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기업 '콘텍스트로직(ContextLogic)'이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이다. 콘텍스트로직은 15조 원의 기업가치로 2021년 나스닥에 들어갔으나, 제품 품질이 나쁘고 가짜 제품이 넘쳐난다는 평가를 받으며 급속히 몰락했다. 이 과정에서 재기를 노리며 수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썼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상장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2년 만에 인수한 5개 회사 모두 심각한 적자와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들이다.

그래서 큐텐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현금 한 푼 주지 않고 주식 교환 방식으로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했으며, 인터파크커머스는 작년에 1870억 원의 현금을 주고 인수하기로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매 대금의 대부분이 정산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AK몰은 사업부문 인수방식으로 인터파크커머스가 단돈 5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 다만 위시는 자산, 부채 이전 방식으로 2300억 원 전액 현금으로 인수했다고 했으나, 자금력이 전혀 없는 회사가 어떻게 그렇게 큰 거금을 조달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한 3개의 오픈마켓(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의 점유율 다 합쳐도 한국 시장점유율은 7% 정도의 아주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세 곳 모두 계속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거래금액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매우 비관적인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는 악화된 재무 상태를 타개하겠다며 티몬, 위메프, 큐텐테크놀로지 3사를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큐텐이 싱가포르 정부에 제출한 주주 현황을 보면, 보통주는 구영배 대표가 42.7%, 과거 티몬 대주주였던 몬스터 홀딩스가 25.6%, 과거 위메프 대주주였던 원더홀딩스가 18.0%를 갖고 있다. 우선주는 대부분 투자회사들이 갖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무모한 행보는 결국 투자자들과 주식 교환을 했던 주주들의 엑시트를 위해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키워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회사들의 물류를 통합하여 큐익스프레스의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시키며 효율성을 높이면 나스닥 상장이 가능할 거란 판단이다. 실제로 큐익스프레스가 금년 초를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했으나,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수준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려 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불가능해지자,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위시를 추가로 붙여서 볼륨을 더 키우면, 상장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해서 무리하게 큰돈을 들여 위시를 인수했을 거란 분석이다. 그러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며, 부채 규모도 2500억 원이 넘는다.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 지적도 받았다. 그런데도 싱가포르 본사에 무려 1148억 원을 빌려주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있기 전에 큐텐에 대한 기사는 구체적인 기업의 정보나 정확한 자료가 아닌 주로 창업자의 과거 행적에 초점이 맞춰진 찬양 일색이었다. 이미지를 위한 지속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터지고,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여러 문제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알려지자, 적극적인 해명과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오히려 기습적으로 맡고 있던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을 사임하며, 책임회피와 꼬리 자르기 같은 모습을 보였다. 나스닥은 절대 포기를 안 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회사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무리한 몸집불리기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면서까지 도박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량기업의 무자본 인수와 주식 교환을 통한 머니게임이 시장에 먹히던 시절은 지났다.

그러나 큐텐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자신들로 인해 흘린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지옥으로 만들어진 천국'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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