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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기대했던 석양 대신 잿빛구름…빗줄기 쏟아진 '센강 개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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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성대할 걸로 기대받은 파리의 '센강 개회식'에서 우중충한 하늘에서 쏟아진 빗줄기가 대회 관계자들의 속을 태웠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현지시간으로 26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27일 새벽 2시 30분) 시작되고서 20여 분 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마주 본 트로카데로 광장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개회식은 각국이 경기장에 입장하던 기존과 달리 선수들은 배를 타고 센강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돼 전 세계적인 기대를 모았습니다.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한 선수들의 수상 행진은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청 건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프랑스의 명소들을 두루 지납니다.

약 6㎞ 구간의 종착지는 에펠탑 인근의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여기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야심작'인 이번 개회식이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이날 트로카데로 광장의 모습은 마크롱 대통령, 대회 조직위원회가 기대했던 그림과 크게 달랐습니다.

조직위가 홈페이지에 제공한 이미지에서 보듯 주최 측은 석양으로 물든 아름다운 센강을 배경으로 성대하게 올림픽의 막을 올리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석양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습기를 가득 머금은 회색 구름이 세차게 비를 뿌려 곳곳을 적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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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이 시작한 지 1시간가량이 지나자 빗줄기가 장대비라고 부를 만큼 강해져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가 광장 전체에서 울렸습니다.

에펠탑 모양의 무대 양쪽에 마련된 가변석에 앉은 취재진과 관중들이 이 비를 맞았습니다.

일부 자원봉사자는 아예 우산으로 비를 막을 생각을 포기하고 홀딱 젖은 채 분주하게 현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대부분 시민과 관광객은 우비를 입고서 자리를 지켰지만, 빗속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센강을 따라 광장에 도착한 선수들이 지나가면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관중들은 크게 환호하거나 박수치는 등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덴마크, 그리스, 크로아티아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 환경이 불편했는지 자리를 뜨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취재진도 불편을 겪었습니다.

지붕 없는 미디어석에 앉은 기자들은 우산을 펴거나, 책상에 설치된 방수포에 고개를 집어넣은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장대비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던 이들은 유일하게 지붕이 설치된 구역에 앉은 마크롱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귀빈뿐이었습니다.

트로카데로 광장은 개회식 시작 4시간 반 전인 오후 3시쯤부터 이미 비와 싸움 중이었습니다.

현장 인력들은 오전에 내린 비에 따른 '수해'와 씨름했습니다.

가변석을 덮은 방수포와 의자에 물이 잔뜩 고여있어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이를 털어내야 했습니다.

빗방울이 처음 떨어진 건 개회식이 시작하기 3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쯤이었습니다.

배선 기술자들은 광장 곳곳을 돌며 비가 닿지 않는 곳으로 지나가도록 콘센트의 위치를 바꾸는 작업에 나서는 등 현장이 개회식 직전까지 분주했습니다.

'1차 강우'는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조직위 관계자들이 걸레를 들고 가변석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기를 닦아냈습니다.

그러나 오후 5시쯤부터 떨어진 두 번째 빗줄기는 한층 강해졌습니다.

비를 피하려 관중석 통로로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몰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비가 그쳤다가 다시 내리는 상황은 반복됐습니다.

기상 당국인 메테오 프랑스에 따르면 한참 굵어진 빗줄기는 밤을 넘겨 27일 저녁까지 이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박재연 기자 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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