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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르네상스·산업혁명 지나 디지털혁명… 출판산업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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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앵거스 필립스·마이클 바스카/ 정진현 옮김/ 교육서가/ 4만2000원

1990년대 초,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 책의 종말을 예측하는 기사가 실렸다. 비디오와 컴퓨터가 책의 시대를 끝장낼 것이란 주장이었다. 철학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외친 것처럼 책은 죽었고, 우리가 책을 죽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이 죽어가고 있다’며 걱정하거나 불만을 터뜨린 목소리는 1830년대에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신문 때문에 출판 위기가 거론됐고, 이후 라디오·TV·영화 등 대중문화 확산과 인터넷, 스마트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같은 정보통신기기 발달 등 매체 환경 급변에 맞춰 출판은 번번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소크라테스도 책이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리라고 봤다. 하지만 아직까진 책과 출판이 건재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세계일보

앵거스 필립스·마이클 바스카/ 정진현 옮김/ 교육서가/ 4만2000원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는 기술변화에 따른 출판의 변화를 상상하는 책이다. 옥스퍼드 국제출판센터 소장인 앵거스 필립스, 인공지능(AI) 연구소 ‘딥마인드’ 전속 작가인 마이클 바스카, 에든버러네이피어대 교수인 엘리스터 매클리어리 등 세계적인 출판계 전문가 24명이 참여해 불확실한 출판산업의 앞날을 이야기한다. 출판의 역사, 저작권, 출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장 세계화, 디지털혁명 같은 주제를 다루며 앞으로 출판의 토대가 어떻게 변화할지 탐구한다.

출판은 과거에 머무른 산업이 아니다. 종교개혁, 과학혁명, 낭만주의, 모더니즘, 공산주의 등 인류 문명과 역사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출판업자들도 오래전부터 변화의 최전선에 섰다. 그들은 최초의 산업기술이자 근대사회의 조건을 정의하는 대량생산의 시험대인 인쇄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지나 디지털혁명의 시대가 시작되자 출판산업은 전례 없는 변화를 맞닥뜨렸다. 19세기 후반부터 잇따른 기술혁신으로 책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했다. 과거 출판 시장을 위협하던 TV와 영화마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 주도권을 내준 지 오래고 최첨단 인공지능이 수요자 취향에 맞는 책을 써주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책에 따르면 소설의 시대도 끝난 듯 보인다. 영국 성인의 3분의 2가 취미로 독서하지만 지난 1년간 소설책을 구매한 사람은 46.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고로 우리 국민의 독서실태를 봐도 지난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에 그쳤다. 성인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정보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자동으로 온라인 검색이나 관련 앱에 접속하니 생활·학습용 참고서적 중 유물이 된 것도 부지기수다.

저자들은 책과 출판의 미래가 밝지 않지만 당장 망할 것으로 예단하지 않는다. 특히 책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영화, 텔레비전, 게임에 영향을 미치고, 책 판매 방식도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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