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기재부 공감대에도 종부세 개편 미완
정부가 개편을 예고했던 종합부동산세가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종부세의 근본적인 개편을 위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도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25일 은행회관에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손경식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4년 세법개정안을 심의·확정했다.
관심을 모았던 종부세 개편은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일부 초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기본 방향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대표 후보도 종부세 개편 의사를 내비쳤다.
여야의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종부세가 폐지되지는 않더라고 일정 부분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종부세와 관련한 개편안은 담기지 않았다. 지난 19일 사전 브리핑 당시 '종부세 개편' 내용이 담겼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빠지게 된 것이다.
최근 가격 오름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7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30% 상승하면서 18주 연속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은 2018년 9월 이후 306주 만에 최대치다.
정부는 종부세의 근본적인 개편을 위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한다. 최 부총리는 "근본적인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컸던 만큼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도 "단기적으로 개정하기보다는 조금 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던 유산취득세 도입도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은 유산의 규모에 비례해 과세하는 제도다. 현행 상속세 체계인 유산세는 전체 유산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여러 부분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전면적인 개혁이다 보니 당장 세법개정안에는 담지 못했다"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조세개혁추진단 등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야당 문턱·세수감소 우려…최상목 "경제 왜곡 막기 위한 것"
세법개정안이 야당의 문턱을 넘어설지도 미지수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증여세 개편안이다. 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액 상향은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최고세율 인하는 '부자 감세'로 규정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상속·증여세 과세표준을 조정하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했다. 일괄공제는 현행과 동일한 5억원을 유지한다.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5년 동안 4조3515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속증여세가 4조원 넘게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득세는 4557억원, 법인세는 3678억원 각각 줄어든다.
다만 최 부총리는 "올해 세수가 녹록지 않은 것은 2022~2023년 경기 둔화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내년에 미치는 세수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세법 자체가 경제를 왜곡하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는 효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야당의 부자 감세 주장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우리 경제의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중산층의 부담이 커지고 기업 승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측면이라는 것을 (야당에) 잘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김성서 기자 bible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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