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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학폭 피해자 10명 중 4명 '자살·자해 충동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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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학교폭력 실태조사 발표…피해학생 과반 "해결되지 않았다" 호소

사이버폭력으로 고통 가중…쌍방 신고로 이어져 법적 분쟁으로 가기도

뉴스1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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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폭력 피해자의 과반은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푸른나무재단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부에서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21일부터 올해 1월19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재학생(초2~고2) 8590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39.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2021년 26.8%, 2022년 38.8%로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푸른나무재단이 2023년 위기 개입 출동 사례 중 자살·자해 사건은 76%에 달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전체적인 고통 정도는 '고통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64.1%로 2017년 이래 최고 수치를 보였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52.2%는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48.8%는 가해학생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폭력이 확산하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피해학생 집단의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45.5%로 사이버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피해학생 집단(34.0%)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어머니 김은정 씨(가명)는 "가해자가 저희 아이 사진으로 만든 SNS 계정에는 '게이 구합니다' 등 아이를 성소수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글이 도배돼 있었고, 저희 아이인 척 불특정 다수 여학생에게 성적인 질문을 보내기도 했다"며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는 사이버폭력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학교폭력은 최근 법적 분쟁의 온상이 되면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피해학생 보호자의 40.6%는 가해학생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맞신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재단 측은 초등학교 때 친했던 두 여학생이 중학교에 와 사이가 멀어지면서 그동안 서로 웃고 넘어갔던 사소한 일을 모두 쌍방 학교폭력으로 신고해 6개월 이상 법적 대응을 이어간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사건으로 시작된 사건은 이후 보호자들 간 민사소송으로 이어졌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사무총장은 "(학폭 기록이 남은) 생활기록부를 대학 입시에 적용하는 조치가 이뤄지면서 더 민감하고 예민한 이슈가 됐다"며 "그런 과정에서 학생 간 문제가 아니라 부모 싸움으로 번지는 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당사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처벌 중심보다는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대안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에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경미한 사안에서 피해학생 측이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할 경우 학교장이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권유할 수 있다. 푸른나무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 학교폭력 제도를 △관계 회복 중심 트랙과 △사안처리 중심 트랙으로 구분·운영하는 투트랙(two track) 제도 시행을 제안했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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