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에 공사비 더 달라며 도어락 비번 초기화"…경찰까지 출동
입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 |
오산시 고현동 오산라온프라이빗스위트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인 A씨는 지난 23일 커튼과 블라인드 설치를 위해 창호 길이를 측정하려고 아파트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아파트 내 입주지원센터에 들렀더니 "시공사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초기화해 마스터키로도 문을 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
이미 입주지원센터에는 A씨와 같은 입장에 놓인 예비입주자 네다섯명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입주민들은 시공사를 입주 방해로 경찰에 신고해 경찰관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A씨는 "공사비 갈등이 있으면 시행사와 대화를 하거나, 소송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지 그 불편을 왜 입주민들에게 전가하냐"며 "입주민을 인질로 삼고 시행사를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해도 너무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23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오산라온프라이빗스위트는 438세대 규모의 분양 아파트이다.
입주는 시작됐으나 이날까지 한 달간 절반도 안 되는 180여세대만 입주했다.
시공사인 라온건설이 시행사인 다온개발 측에 공사비 정산을 문제 삼으며 아파트 문을 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에는 아예 열쇠를 가져가기도 했고,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더니 이번엔 출입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모두 초기화해 마스터키로도 열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시행사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공사비 잔액 89억원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라온건설 측은 공사비가 증액돼 그것만 받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다온개발 관계자는 "공사비는 순차적으로 지급해왔고, 이제 계약상 잔액이 89억원 남아 있어 모두 지급하겠다고 했는데도 라온건설은 뜬금없이 192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우리(시행사)와 해결할 일인데도 입주민을 볼모로 잡고는 횡포를 부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중견 건설사인 라온건설은 공동예금에서 1원도 인출하지 못하게끔 정산 합의서를 써주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 같은 소규모 사업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온개발 측은 현재 공동예금으로 260억원이 넘는 재원이 있는 만큼 정산할 공사비는 물론, 라온건설이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 또한 소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 그 부분까지 지급해 줄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라온건설이 입주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취재가 시작되자 손효영 라온건설 대표는 전날 저녁 오산시청 중재로 시행사, 입주예정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련된 간담회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마스터키를 초기화하라고 지시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 손 대표는 자신이 지시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입주민들에게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해서 죄송하고 입주민들께 피해를 드려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내일(24일)부터 입주민 불편이 없게 업무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비와 관련해서는 다온개발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온개발 측은 라온건설에 ▲ 도어락 원상복구 ▲ 입주민에 대한 손해배상 ▲ 필수 사업비 지출 동의 ▲ 시행사 초기 투자비 지급 동의 ▲ 증액 공사비 관련 소송 제기 등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그동안 어떤 입주민은 이삿짐을 들고 왔다가 문을 못 열어 되돌아갔고, 어떤 입주민은 도어락을 부순 뒤 입주하기도 했다"며 "어제 간담회를 통해 일단 오늘부터는 입주자들이 불편 없이 입주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시행사·시공사 간 합의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불씨는 살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라온건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goal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