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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세하는 한동훈과 이재명
23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지휘봉을 거머쥔 한동훈 대표와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그리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질긴 '악연'이 새삼 주목됩니다.
이 전 대표의 연임이 유력시되고, 조 대표는 지난 20일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 대표는 이들과의 과거 악연을 품은 채 원내 1·2·3당의 대표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일단 한 대표와 이 전 대표의 구원(舊怨·오랜 원한)은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최일선에서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9월 21일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올라 이 전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조목조목 역설한 장면은 지금도 정치권에서 회자합니다.
이후 한 대표는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그에게)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며 줄곧 이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섰습니다.
한 대표와 조 대표의 악연은 더 오래 묵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은 조국 대표였습니다.
당시 조 대표 일가 비리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다름 아닌 한동훈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습니다.
조 대표는 검찰의 대대적 수사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취임 35일 만에 법무부 장관직을 사퇴했고, 지금도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있습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는 상고심에서도 실형을 받으면 즉시 의원직을 잃습니다.
조국혁신당이 기존에 발의한 '한동훈특검법'에 한 대표의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을 추가해 이날 재발의한 것 역시 한 대표의 선출 타이밍에 맞춰 그의 리더십에 생채기를 내려고 시점을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 대표는 지난 20일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한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부탁한 공소 취소도 장관 시절 당당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던 만큼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이며 특검법을 수용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얽히고설킨 악연의 세 사람은 이미 지난 4월 총선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한 차례 격돌한 바 있습니다.
22대 총선을 석 달가량 앞두고 여당 구원투수로 나선 당시 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른바 '이조 심판론'을 총선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습니다.
이 전 대표와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전면에 띄운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고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분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데다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임을 고려하면 정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한 대표가 당분간 야당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전당대회 시즌과 맞물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어 '윤석열·김건희 특검', '한동훈 특검' 추진 등 강경론이 득세한 만큼 여야 대표의 '허니문 무드' 조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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