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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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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동훈 사과했던 사건인데”…법무부, 추가소송서 손바닥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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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가 책임 인정 판결 내려진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다른 피해자 소송에선 법무부가 경찰 옹호 답변서 제출

피해자들 “장관 바뀌었다고 다시 책임 입증해야 하나” 토로

2019년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일명 ‘안인득 사건’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했던 법무부가 다른 피해자들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선 이를 부인하는 듯한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측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사과를 거론하며 신속한 피해 복구를 촉구했다.

23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진주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등 5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인 국가를 대리하는 법무부는 사건 이전 경찰의 조처가 정당했다는 취지로 답변서를 제출했다. 민사소송에서 피고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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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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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참사를 낳았다며 지난 4월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앞두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건 발생 이전 주민들이 가해자 안인득씨를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이 이를 단순 계도로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이후 2019년 4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미리 준비한 칼을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2020년 10월 대법원은 안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법무부는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피해자와 유가족 등 4명은 2021년 10월 국가에 약 5억4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국가는 총 4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당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다.

해당 판결은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확정됐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가족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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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경남 진주시에서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이웃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두른 안인득.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도 법무부 장관 명의로 제출된 답변서에는 경찰의 책임을 다투는 내용이 담겼다. 쟁점은 크게 3가지다. 경찰의 행정·응급 입원 관련 조치 규정이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이라는 점과 입원 조치의 부재와 사건 발생의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인권 침해 우려로 입원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법무부의 답변서 내용이 앞선 소송에서 기각된 주장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오지원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치유)는 “피해자들은 장관이 바뀌었다고 다시 책임을 입증해야 하냐며 소송 과정을 납득하기 어려워한다”며 “이들은 국가의 사과가 이토록 진정성이 없어도 되느냐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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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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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이전 판결에 근거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은 이달 말 확정된다. 법무부가 그 전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오 변호사는 피해자 측이 소송 과정에서 사건 당시를 되새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법무부에서 같은 사건에서 사과까지 한 사안인 만큼 피해자들의 고통을 방치하기보다 사안이 신속하게 종결되고 피해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사건 관할 시도경찰청으로서 답변서를 작성한 경남경찰청은 책임 회피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개별 피해자 사정에 맞춰 다툴 부분을 고려해 답변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경찰은 응급입원과 행정입원 등 정신질환자의 비자의 입원 주체가 아니고 제한적 지위만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송 수행을 맡은 검찰에 조정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법무부는 “해당 소송은 국가소송법령에 따라 경찰청에서 관할 검찰청의 지휘를 받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준호·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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