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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미 대선후보 교체, 기시다까지 영향?…日, 바이든 사퇴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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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미국 대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등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자 일본 언론에선 오는 9월 예정된 집권당인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두고 한때 ‘카쿠 토라(確トラ· 확실히 트럼프 당선)’로 기울었던 일본 정가의 분위기도 바이든의 사퇴 후 유보적인 태도로 바뀌고 있다.



바이든 사퇴, 기시다 총리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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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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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지통신은 23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기시다 총리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임이 기시다 총리의 ‘거취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지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상황 유사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전했다. ‘바이든-기시다’의 돈독한 관계가 2022년부터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미·일 밀월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방위 3문서 개정에 힘을 실어줬다. 방위비를 일본 GDP(국내총생산)의 2% 수준으로 올리고, 자위대의 반격능력(적 기지 공격) 확보를 지지하는 등 75년만의 방위력 강화에 나선 기시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후 미·일간 밀월은 반도체 등 산업 분야까지 확대됐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기시다 총리를 국빈 자격으로 초대하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전례 없는 미·일 동맹이 이뤄진 상황에서 바이든의 사임은 기시다 총리로서는 반갑지 않은 요소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바이든의 대선 후보 사임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자민당 내에서 고위 관료직을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든이 사임했으니 기시다 총리도 용퇴하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9월 총재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의 사임이 기시다 총리의 재선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카쿠 토라'인가 '모시 토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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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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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뜻하는 ‘카쿠토라’가 회자되기도 한다. 미국 대선 향방에 대해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언급에 나선 사람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테기 간사장은 지난 20일 니가타(新潟)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호보토라(ほぼトラ·거의 트럼프 당선)’에서 ‘카쿠 토라’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얘기다. 바이든의 대선 후보사퇴 전에 이뤄진 발언이지만, 공공연히 올가을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던 터라 관심을 모았다.

모테기 간사장은 미·일 무역협상 당시 담당 장관으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던 때를 언급하며 “일·미 두 나라 간 문제에는 잘 대응할 수 있다. 트럼프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올바르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로부터 자신이 “터프하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던 사실도 보탰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로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만큼 모테기 간사장의 이런 발언은 차기 총리감으로서의 ‘어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대선 향방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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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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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대선 후보 사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권 도전 등 변수가 늘어나면서 미 대선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 정부 및 미·일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쿠 토라’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와타나베 쓰네오(渡部恒雄) 사사가와평화재단 수석펠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 테러로 한때 '카쿠토라' 상황이 됐지만, 바이든의 후보 사임으로 다시 '모시 토라(もしトラ·혹시 트럼프 당선)’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는 트럼프에게도 바이든에게도 투표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30%나 있다”면서 “향후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회 등으로 지지율을 올리게 된다면 유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와타나베 수석 펠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과 정책적으로 같은 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일·미·한 3국 정상회담 정례화 등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어 지금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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