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영장심사를 진행한 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쯤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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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기업 총수에게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건 이례적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조차 “총수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증거 인멸은 이해가 가는데 도주 우려는 굉장히 의외의 사유”라고 했을 정도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사유(“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가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짧게 요약한 것 같다는 평가도 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에선 “김 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가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로 법원에 소명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 수사팀 4명은 2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동원해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해 2월 28일 전후 업무 메신저·전화 통화·관계자 진술을 통해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대화가 대거 오간 점을 들어 혐의를 소명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김 위원장에게 이날 하루 1300억원의 시세조정 혐의만 적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김 위원장 ‘자택 보고’를 주요 공모 정황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0일 투심위 직후 배 전 대표는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에게 “(김 위원장과) 쇼부(승부) 보고 올게”라고 한 뒤 2월 12일 배 전 대표는 김 위원장 자택을 찾았다고 한다. 2월 10일은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발표한 날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김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총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대량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같은 혐의로 배 전 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각각 구속기소됐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에서 원아시아와의 공모는 범죄사실에서 제외됐다.
'SM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23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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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측은 내부적으로 법원이 별도의 설명 없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아쉬워하고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다만 영장 발부에 대해 입장을 내진 않기로 했다.
카카오 측은 대신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익명을 원한 카카오 그룹사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계열사 대표 선에서 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유지되기에, 총수의 구속에 따른 계열사의 큰 사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김 위원장의 구속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대형 IT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껏 재벌 기업 총수의 구속은 있었지만, 대형 IT업체 총수의 구속은 처음이라 업계가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근·윤상언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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