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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해리스 하루만에 '매직넘버' 달성…후원금도 1100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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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며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하루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 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대결 구도가 사실상 굳어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의 후보 자격으로 진행한 첫 단독 일정은 선거대책본부 방문이었는데, 선거를 이끄는 ‘본진’부터 접수해 바이든의 사퇴 과정에서 분열됐던 당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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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본부에서 연설을 하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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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해리스는 자신이 사실상의 민주당 후보라는 점을 확고히 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며 “그는 (바이든이 사퇴한)첫날이 끝날 무렵 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4000명에 가까운 민주당 서약 대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71명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고 자체 집계 결과를 보도했다. 그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 필요한 대의원 수(1976명 이상), 즉 매직 넘버를 하루 만에 확보했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 이후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받기 위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후보 지명을 공식적으로 수락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해리스는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선대본부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앞으로 다가올 며칠, 몇 주간 여러분들과 함께 민주당을 단결시키겠다”며 “또 이 나라를 단결시켜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우승팀을 축하하는 행사에 참석했지만, 이는 부통령의 통상 일정에 가깝다. 실제 축하행사 발언도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를 언급하는 성격이었다.

이에 비해 선대본부 연설은 자신의 선거 전략을 공개하는 성격이 강했다. 먼저 해리스는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알고 있고, 선거 기간 동안 자랑스럽게 내 경력을 그의 경력에 맞서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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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금요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연설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당시 기자회견은 뉴욕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린 바로 다음날 진행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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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반면 경쟁자인 트럼프는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입 의혹’ 등의 형사 사건에서 88개 혐의를 받고 있다. 성 추문 사건에 대해선 지난 5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선거의 프레임을 ‘검사 대 범죄자’ 구도로 이끌겠다는 의미다.

해리스는 중산층 강화, 총기 규제, 생식권 보장(낙태 권리 등을 의미) 등도 달성하려는 목표로 제시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중시해온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트럼프를 여성을 학대하는 ‘포식자’, ‘사기꾼’ 등으로 묘사하며 “만약 트럼프가 기회를 얻으면 그는 모든 주에서 낙태를 불법화하는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태권 문제는 미국 내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과 직결되는데, 해리스가 이를 ‘무기’로 들고나오며 향후 선거전에서 관련 이슈가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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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후보와 배우자 더그 엠호프가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본부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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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내홍 끝에 바이든의 용단과 해리스의 급부상으로 재무장한 민주당엔 ‘사람과 돈’이 몰리는 분위기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 “거대한 자긍심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낙관론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미국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며 지지 행렬에 동참했다. 진보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펠로시 전 의장은 전날 바이든의 사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내면서도 해리스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공동성명을 통해 “해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물론 중진의원 다수도 일제히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아직 공식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사람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상원의 척 슈머 원내대표, 하원의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 정도다.

이중 원내 지도부 두 사람의 지지 성명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당과 국가를 통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곧 해리스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선거 때도 후보 선출 때까지 중립을 지켜왔던 오바마의 경우 해리스가 후보로 공식 지명될 때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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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2년 5월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가 농담으로 바이든을 '부통령'이라고 칭하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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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가 오바마의 선대위원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플루프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돈줄’이 끊겼던 민주당엔 바이든 사퇴 24시간 만에 8100만 달러(약 1124억원)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이는 2020년 이후 하루에 모금한 최고 액수이자, 트럼프가 유죄 평결 직후 모금했던 5300만 달러(약 735억원)를 넘어선다. 바이든이 지난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한 뒤 첫 1분기동안 확보한 후원금 7200만 달러(약 999억원)보다도 많다.

해리스가 전면에 나서고 급속히 당의 역량이 결집되면서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도 줄어들었다. 모닝컨설트가 바이든의 사퇴 당일인 21일부터 22일까지 유권자 4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5%의 지지를 받으며 47%를 기록한 트럼프를 오차범위 이내인 2%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바이든 사퇴 직전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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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로 해리스는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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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온라인 투표를 통해 다음달 7일 전까지 당의 후보를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7일은 오하이오주 주법이 정한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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