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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뜯어보기] 100% 구주매출 택한 전진건설로봇… 시장 반감 어떻게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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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전진건설로봇 콘크리트펌프. /한국국제건설기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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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콘크리트 펌프카 제조사 전진건설로봇이 공모 물량 전부를 구주 매출(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는 것)로 채운다. 일반적으로 구주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투심엔 부정적이다. 작년 서울보증보험은 신주 발행 없이 100% 구주 매출로만 공모에 나섰다가 수요예측 직후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23일 전진건설로봇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의 공모 물량은 총 307만7650주로 희망 공모가 범위(1만3800~1만5700원)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2412억원, 공모 금액은 483억원이다. 공모 물량의 절반은 코스닥 상장사 모트렉스가 갖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자 전진건설로봇의 최대주주인 모트렉스전진1호의 보유 지분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사주다.

모트렉스는 지난 2018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전진건설로봇을 인수했다. 이후 웰투시인베는 전진건설로봇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를 저울질했지만, 전진건설로봇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모트렉스가 웰투시인베 보유 지분을 인수하면서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10일 기준 모트렉스전진1호 89.5%, 자기주식 10.5%로 구성된 상태다. 공모 가격 확정 후 모트렉스전진1호가 전진건설로봇에 무상 증여하는 지분을 포함하면 자기주식은 15.5%로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구주 매출 100%의 공모 구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구주 매출 100% 방식으로 공모에 도전한 서울보증보험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떨떠름한 반응만 확인한 채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공모주 중 75%를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지분으로만 구주 매출하려다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이외에도 에스엠상선과 시몬느 등이 구주 매출 부담으로 인해 결국 상장 철회를 한 사례로 꼽힌다.

통상 구주 매출이 많으면 공모 흥행에는 부정적이다. 공모 자금이 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 유입되는 만큼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 기존 주주가 상장 후 주가 상승 여력을 낮게 본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모 구조의 적정성 역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공모주 중 50%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의 구주 매출로 처리한 HD현대마린의 경우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으나, 업계에서는 ‘공모주 광풍’이라고 불렸던 시장 분위기 덕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옥석 가리기’ 현상이 강해진 만큼 전진건설로봇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엑셀세라퓨틱스는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모트렉스전진1호의 경우 이번 구주 매출을 통해 유입되는 212억원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다. 하나은행·신협중앙회·하나카드 등으로부터 인수금융으로 차입한 금액 중 현재 약 705억원이 남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가 상환을 위해 상장 후 보유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 모트렉스전진1호 보유 지분 중 391만5704주(공모 후 지분율 25.5%)는 6개월 후 의무 보유가 해제된다.

다만 전진건설로봇은 100% 구주 매출하기는 하지만, 절반이 자사주인 만큼 공모금 유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히려 신주 발행 없이 자사주를 판매하는 형태의 구주 매출인 만큼 일종의 자사주 소각 효과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관사 측은 “공모 주식 수의 50%를 전진건설로봇이 보유 중인 자기주식으로 매출함에 따라 공모 자금의 50%는 회사로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또 일반주주의 주식 소유비율이 25% 이상, 500만주 이상이어야 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공모가 확정일(8월 7일)에 모트렉스가 76만8029(5.5%)의 지분을 무상 증여한다는 점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했다. 해당 지분을 주주환원에 사용해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장 후 3년 동안 당기순이익 중 최소 50%를 배당하겠다고 나서면서 구주 매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습이다.

전진건설로봇은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PC 제조 업체다. CPC는 건설 현장에서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펌프로 이동시켜 고층 타설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장비다. 현재 국내 CPC 제조사는 전진건설로봇을 포함해 4개 회사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전진건설로봇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북미와 유럽 등 65개국에 34개 거점을 구축했다.

해외 인프라 건설에 힘입어 실적도 매년 개선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584억원, 영업이익은 329억원이다. 최근 4년간(2020∼202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0.2%이며 같은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 성장률은 43.1%에 달한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복구에 콘크리트 펌프카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유럽과 중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전진건설로봇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후 다음 달 8~9일 일반 청약을 거쳐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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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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