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줄의 글은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인해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이 역전됐음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을 끌어내린 고령·건강리스크가 이제 그와 불과 3살 차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몫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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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와 건강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미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선 후보가 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장병과 비만 경력이 있다. 다만 그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캠페인 기간 유권자들이 그의 건강 리스크를 평가,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최신 혈액검사 결과 등 구체적인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한 것은 지난해 11월 주치의 브루스 아론월드가 그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하다'라고 밝힌 3단락짜리 건강진단 서한뿐이다. 이후 트럼프 캠프 측 관계자는 WP에 "다른 의료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건강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었다.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태 이후 7일 만에 전 백악관 주치의 로니 잭슨이 공개한 진단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진 잭슨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귀 2㎝ 폭의 상처를 치료했다고 언급하면서도 함께 진행한 머리 컴퓨터단층촬영(CT), 기타 검사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에도 그가 인지 테스트에서 뛰어난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당시에도 해당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올해 유권자들에게 있어 대선 주자들의 '나이'는 주요 이슈로 꼽혀왔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 전 실시된 WP·ABC뉴스·입소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6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를 더 수행하기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정당 성향별로도 민주당원의 82%, 무소속의 65%, 공화당의 29%가 이같이 답변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결정하기 전 많은 민주당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바이든 대통령만 고령 논란을 지적받는 것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고령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 및 인지력 저하에 초점을 맞춰 민주당 후보를 공격해온 공화당의 전략이 여러 면에서 뒤집힐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뉴스위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갑자기 나이 문제가 생겼다"면서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현재 59세다. 오는 11월 대선 때는 생일(10월20일)이 지나 60세가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20살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셈이다. 여기에 가능성은 낮지만 해리스 부통령 외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 후보로 꼽히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52), 조지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51) 등도 모두 50대다. 일간 가디언은 "이제 78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보다 젊은 민주당 후보와 맞붙게 됐다"면서 "세대 간 권력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유일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전날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를 공격하는 글들이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고령 리스크는 오는 9월 예정된 두 번째 TV 토론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이 잇달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함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월 TV 토론에서 전직 검사 출신 해리스 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평소 날카로운 언변으로 유명하다. 일간 가디언은 과거 해리스 부통령이 2019년 인종 문제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며 자신의 토론 실력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공개적인 말실수가 확인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고 조롱하면서 과거 백악관에서 자신의 주치의였던 로니 잭슨을 '로니 존슨'이라고 잘못 말했다. 이에 앞서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UN) 대사를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착각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은 장황하고 혼란스럽기로도 유명하다.
MSNBC 진행자인 레이철 매도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대권 경쟁의 노인(old man in the race)'은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해설자인 스티브 힐튼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신적 능력도 중요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사퇴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너무 늙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반박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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